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 업계를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청에서 부로의 승격이 확정된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부) 장관을 놓고 현직 국회의원과 대학교수 등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중소벤처부가 이번 정부에서 새로 만든 부처인 만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다수를 추천받아 장관 후보를 검토 중이다.

업계는 새로 출범하는 부처인 만큼 첫 장관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향후 중소벤처부의 책임과 역할이 정해질 것이라며 누가 첫 장관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평이 무성한 정치인, 교수 출신 장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작지 않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중소벤처부는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국정과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데, 교수나 정치인 출신 장관이 올 경우 업무, 조직 파악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에 대한 우려는 책임감과 소신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 실장(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주간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교수 출신 장관의 경우) 해당 분야에 경험도 부족하고, 부처 장악도 안되고 정책 결정권자로서 정부와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그런 입장도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다. 공무원 윤리규정이 몸에 배어 있는 정통 관료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능력, 갈등조정 능력과 함께 행정 경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는 교수직에서 장·차관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15개 중앙 행정부처 중 교수 출신이 장관으로 곧바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아예 없었다. 입각을 해도 국장·차관보를 거쳐 차관·부장관으로서 행정경험을 축적한 뒤 장관직을 수행한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차관보(국제전략담당)을 지낸뒤 오바마 행정부 때 차관·부장관을 거쳐 장관직에 오른 애슈턴 카터 국방 장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국장·차관을 지낸 뒤 오바마 행정부에서 장관에 임명된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국무원 직속 25개 각 부처와 위원회 중 교수 출신으로 부장(장관)에 오른 사례는 과학기술부의 완강 부장과 환경보호부의 천지닝 부장 두명에 불과하다.

김대중 정부가 중경회(대중경제를 생각하는 모임) 출신 교수들을 중용했지만, 업무 성과가 미진해 결국 직업 공무원을 다시 찾았던 경험도 참고할 만하다. 역대정권에서 수 차례 입각 제의를 받은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요즘 업적과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장관이 몇이나 되나,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줄 모르고 권력욕과 명예욕에 덥석 받는다”고 지적했다.

정치인 출신이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작지 않다. 실제 많은 공무원은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적 흠결’에 거부감을 보인다. 여기에는 공무원의 자기 관리에 대한 자부심도 자리잡고 있다. 공무원들은 승진할 때 음주운전 등 각종 전력을 굉장히 엄격하게 보는데 장관 후보자들은 다른 잣대를 대는 것 같아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 관리에 충실하지 않은 정치인이 장관이 될 경우 공무원들이 면복종배(面從腹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인 장관의 등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삼권분립에 따른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중요한 요소”라며 “현역 여당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관료 출신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많다. 전문가들은 관료 출신이 장관에 임명될 경우 조직 안정과 장악이 쉬워 정책을 펼치기 수월하다고 설명한다. 또 기업 현장을 알아야 애로사항을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데, 관료의 경우 간담회나 현장 방문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문재인 정부도 이 때문에 청에 불과했던 정부기관을 대선 공약대로 중소벤처부로 승격시킨 것이다. 하지만 의도대로 좋은 결과가 나올지 여부는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는가에 달렸다. 문재인 정부가 첫 중소벤처부 장관을 고르는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