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공식화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3.0%로 전망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2%대로 추락했던 경제성장률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3%대로 복귀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 3% 성장률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증세 없는 확장 재정을 뒷받침 하는 핵심 논리가 경제성장률 제고를 통한 세수 증가이기 떄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3.0%는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와 비교할 때 올해는 0.2%포인트, 내년에는 0.1%포인트 높다. 기획재정부는 성장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추경 등 정부 재정이 투입되면서 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높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추경예산을 요구하면서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고, 특히 고용 등 질적 지표가 악화된 상황이라 재정 투입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 재정이 투입되면 0.2%포인트 정도 성장률이 제고될 것이라는 전망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8~2.9% 정도로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3% 지속성장’ 전망은 모순을 안고 있다. 한은이 이달 중순 발표한 2016~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8~2.9%로, 2011~2015년 평균 연 3.0~3.4%와 비교해 최대 0.6%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요소별 기여도로 나누어 살피면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of Productivity·TFP) 하락과 자본투자 둔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구조 개혁과 산업 고도화가 뒤떨어지면서 성장률 자체도 급락했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8%는 현재 경제가 호경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 정부 재정을 대거 투입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과도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3.0%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한 재정 확대가 이뤄지고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리고 3.0%란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렇게 무리하게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것이 추경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 전문가는 “재정 투입 증가율은 연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의 주요 근거 가운데 하나가 세수 증가”라며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러있으면 세출 확대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대규모 증세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5년 간 세수 증가분 60조원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부족한 부분은 중복 비효율 사업 조정 등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의 경우 초거대기업,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증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세를 중심으로 한 세수 증가가 가파르다고 말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과표 구간은 그대로 있지만, 사람들의 명목 소득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상위 과표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며 “이를 통해 향후 3~4년 간 소득세 증가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세수는 2014~2016년 동안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다. 법인세의 경우 경기 상황에 민감한데,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이익도 늘어나 세수가 느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증세 없는 확장 재정’이 가능하다는 정부 측 논리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입장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소득세가 늘어난 것은 그야말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이런 상황이 3년 이상 중기적으로 계속 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소득세도 경제성장률 수준 증가만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2008~2016년 동안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증가율은 각각 연 평균 6.8%, 4.4%, 4.7%로 명목GDP(국내총생산) 증가율 4.6%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제, 재정 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가정하고 지출을 늘리는 재정 정책과, 중산층·서민 증세 없다는 세제 정책이 결국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기재부는 이를 의식해 매년 10% 정도 세출 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25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는 발표 당일 “10% 수준 구조조정 추진”이란 표현이 “제로 베이스 예산을 통한 지출 구조 조정”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중장기 전략 없이 부문별 정책만 있는 현 정부 정책이 벌써부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는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