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진작과 투자 유인책 과거 보다 줄어들어
"가계 소득이 성장 주체 별도 정책 필요없다"

“경제 정책 방향의 단골인 소비 진작 카드와 투자 촉진 방안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내놨다. 경제 정책 방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주장했던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 방안이 담겼다. 소득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자연스레 소비 진작이 이뤄지고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결론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문재인 정부는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가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돌아가게 하는 ‘낙수 효과’를 전환해야 할 과거 경제 패러다임으로 본다. 이런 인식 아래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도 소비 진작과 투자 촉진 방안들은 사라졌다. 반면 대기업의 ‘부’를 직접 정부가 재분배하는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경제 정책 방향도 증세 방안과 함께 ‘슈퍼 리치’에 대한 부담 강화에 초점을 뒀다.

사진=연합뉴스

◆ 소비 진작, 대기업 투자 유인책 적어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는 소비 진작과 투자 촉진 방안이 단골 소재로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정책 방향에 소비 진작 방안으로 노후 차량 교체시 개별소비세 면제, 에너지효율 높은 가전 제품 구입시 10% 가량 환급 등을 담아 발표했다. 대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정책도 대거 경제 정책 방향에 포함했다. 27개 전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4개 시도 규제를 대폭 완화한 규제프리존법안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도 경제 정책 방향에 비슷한 방안을 담았다. 이명박 정부는 7·4·7공약(7% 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경제 정책 방향에 담아서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는 관련 정책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소비 진작 방안에는 기업과 근로자가 공동으로 휴가 자금을 적립하고, 정부가 추가 지원하는 ‘체크 바캉스’ 정책 정도만 눈에 띈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은 ‘혁신 성장’ 부문에 명시돼 있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위주로 설계돼 있다. 중소기업이 공동 출자로 협업전문회사제도를 운영할 경우 우대해주거나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R&D)를 확대하는 것 등이다. 정부가 나서서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대기업들이 지원 받을 수 있는 제도는 투자 중심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투자촉진법(가칭), 신산업과 신시장 촉진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규제없이 신기술, 서비스 테스트 허용)와 네거티브 규제 (안되는 것 빼고 다 허용) 도입 등이다. 또 정부는 25조원의 특별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해 4차 산업 혁명 투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안전설비투자 세액 공제의 일몰도 연장된다.

출처=기획재정부

◆ 대기업 富 정부가 직접 재분배

반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는 대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은 큰 비중으로 포함돼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부를 직접 재분배 하는 것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도록 규제도 강화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대기업이 투자할 때 세금 혜택을 줬던 제도를 대폭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했거나 협력 업체와의 이익을 공유했을 때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투자에 대한 세금 혜택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지원 세제 3대 패키지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면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상생 협력 지원 세제 4대 패키지도 신설했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사와 이익을 공유하고, 대기업이 근로자와 이익을 공유하면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다.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제도도 규모가 축소된다.

정부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쓰지 못하도록 사용 사유 제한 제도를 신설하고 사용 부담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도 주요 과제로 추진하며, 최저임금도 계획대로 시급 1만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도 공약 사항을 추진하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과세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일부 피해자가 전체를 대표해 소송하고, 소송 결과를 전체 피해자가 공유하는 집단소송제도도 전 분야로 확대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 규제 완화 회의였던 '무역투자진흥회의’도 폐기했다. 무투회의는 박 전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벤치마킹해 34년만에 부활시킨 제도로 박근혜 정부 투자 정책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정권 후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무투회의가 특정 대기업의 민원 통로로 전락하거나 재벌 총수와의 은밀한 뒷거래가 시도됐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가계 소득이 늘어나 성장의 주체가 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의 과실이 전체 경제에 전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 진작과 투자 촉진 방안을 따로 제시할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