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해야 하는데 임대료는 비싸고,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서울 주요 상권의 상가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가게를 나눠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상점들이 늘고 있다.

한 점포에서 여러 임차인이 시간을 나눠 가게를 운영하거나, 여럿이 한 공간을 동시에 나눠 쓰는 혼합형 점포로, 마포구 홍대 인근이나 강남구 가로수길 등의 인기 상권에서 나타나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버티며 영업할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클럽 거리’까지 751m 거리에는 16개의 점포가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술집 등으로 운영되는 혼합형 가게다.

홍대 다저스버거∙불타바 매장의 경우 낮 시간대에는 수제버거 전문점으로, 저녁에는 칵테일 바로 운영된다. 가게는 하나지만, 임차인은 두 명이다. 수제버거는 주로 오전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주류를 판매하는 칵테일 바는 오후나 저녁 시간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공간과 시간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임차인은 온종일 혼자 가게를 하며 임대료를 독박쓰는 것보다 가겟세 부담을 덜 수 있다.

다저스버거 박재민(24) 사장은 “홍대 상권 임대료가 워낙 높아 가게를 열 자신이 없었는데, 마침 저렴한 재임대 점포를 알게 돼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부담을 줄여 가게를 운영하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에 한 점포에 두 개 이상 가게가 영업을 하는 혼합형 상가 점포들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숍인숍(Shop-in-Shop)’ 형태의 가게들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숍인숍이란 매장 안 공간 일부에 본 업종과 다른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형태다. 옷가게 안에 액세서리 가게나 네일숍이 입점하거나, 패스트푸드점 안에 스티커 사진기를 두는 것도 숍인숍 매장의 사례다.

강남 가로수길 의류 매장인 ‘배럴즈’ 플래그십스토어 안에는 ‘마빈스탠드’라는 샌드위치 가게가 숍인숍 형태로 들어와 있다. 가로수길이 뻗어 나가 형성된 상권인 세로수길에도 서로 다른 브랜드의 의류 업체가 한 점포에 입점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한 지붕 두 가족’ 가게가 느는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홍대의 경우 면적과 상관없이 유동인구가 몰리는 곳이면 월 임대료가 300만~4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H공인 관계자는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의 상권 임대료가 이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편인데, 6.6~16.5㎡짜리 상가 점포의 월 임대료가 300만원에서 500만원 수준이라, 웬만한 매출을 내는 점포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가로수길 대로변 인근 33㎡짜리 점포의 월 임대료는 1350만원, 강남역 9번 출구 이면도로 56.1㎡짜리 점포의 월 임대료는 650만원이다. 강남역 인근 룸식 호프집들은 스터디 공간이 부족한 어학원을 상대로 월 임대료 약 130만원씩 받고 낮엔 스터디룸으로 대관해 임대료를 벌충한다.

서울 상권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소규모 상가(주 용도가 상가인 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인 일반 건축물)의 평균 임대료는 올해 1분기 3.3㎡당 5만233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올랐다. 특히 홍대나 신사역 주변 등 대형 상권일수록 임대료 부담은 더 크다. 홍대 소규모 상가의 경우 월 평균 임대료는 올해 1분기 3.3㎡당 6만2990원, 신사역은 3.3㎡당 5만8270원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임대료가 높아질수록 고정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최근 혼합형 점포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매운 음식을 먹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듯, 한 점포 내 두 업종이 들어서면 임차인 간 상호 보완하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