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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12월 건설업 분야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는다.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 중 하나인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연착륙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농축산수산물 수급 안정화를 통해 생활물가를 관리하고, 외환건전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방지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정부 재정 지출증가 속도를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관리해 재정 분배 효과를 개선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모든 산업에 대한 리스크를 전면 점검해 부실징후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할 계획”이라면서 “산업차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2월 건설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 등의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도산기업 관리를 담당하는 독립행정기구도 도입한다. P플랜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모은 제도다. 또 주력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매년 50개의 기업에 대한 사업재편을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선제적 구조조정 수단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의 성과를 점검해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늘리고, 연구개발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제도개선방안을 올해 11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위해 DSR 단계적 도입

정부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의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 방식을 개선하고,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등 다른 대출의 이자만 더해 대출한도를 계산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규제다. DSR이 도입되면 금융권 대출이 많은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기재부는 올해 은행권 표준모형을 마련하고 내년 금융 회사별 여신심사모형을 개발한뒤 2019년 제도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도 장기 혹은 고정분할 상환대출 전환을 유도해 가계부채 위험을 줄인다. 또 자영업자의 대출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하기 위해 부동산임대업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여신심사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등 취약차주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부업법(27.9%)과 이자제한법(25%)으로 이원화된 법정최고 금리를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연 20%까지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민들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개인종합관리자산계좌(ISA)의 비과세 한도와 부분 인출 및 중도해지 허용 범위도 확대한다. 현재 ISA는 부분 인출이 불가능하고, 사망이나 천재지변, 퇴직, 폐업 등 중요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중도해지가 가능하다.

◆ 생활물가 관리 강화… “4분기 도시가스 요금 인하”

정부는 가뭄이나 폭우 등 기상재해 등에 따라 생기는 농축수산물 등 가격불안 품목의 수급 안정에 나선다. 계란 할당관세를 올해 12월까지 연장하고, 배추 8000톤과 양파 2000톤 등 비축물량을 방출해 농축산물 가격 급등을 막는다.

정부는 또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원가 분석을 심층적으로 진행해 사재기나 편승인상 등 시장 질서 교란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프랜차이즈의 가격 정책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또 도시가스 미수금 정산을 마무리해 올해 4분기 도시가스요금을 8~9% 인하할 방침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통상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FTA를 통해 한미 상호호혜적인 교역이 이루지고 있고, 양국 간의 투자와 협력을 촉진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할 방침이다. 또 자금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경우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방지한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강화한다. 정부는 중국과 서비스와 투자분야에 대한 FTA 후속 협상을 추진한다. 또 내년 ‘아세안(ASEAN)+3’ 공동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다자간 통화스왑(CMIM) 협정문을 개정하는 등 아시아 지역내 금융안전망도 정비한다.

◆ “정부 재정 지출증가 속도 높일 것”...일자리 창출 중심의 조세 정책 개편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정부 재정 지출증가 속도를 경상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아직 구체적인 재정 지출증가 속도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향후 경상 성장률을 평균 4.5~5% 수준으로 보고 있어 이보다 재정 지출 증가율은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7%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재정 분배개선율을 20%대로 높인다. 독인의 재정 분배개선율(지니계수 개선율)은 2015년 42.2%, 프랑스 42.0%, 영국 31.3%, 미국 22.4%였던 것에 비해 한국은 13.5%로 저조했다. 정부는 또 경제성장률(GDP)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중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조세 정책도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를 중심으로 재설계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실질적인 세제 지원을 하고, 고소득·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 재정이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재량지출 비중을 재검토해 10% 수준을 절감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지출 비중은 현재 51%, 영국은 36%, 프랑스는 33%, 미국은 29%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핵심 가치로 재정립하고, 일자리 창출과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공공임대주택과 도시재생사업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나 적격심사를 할 때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반영한다. 임금을 적기에 지급했는지, 정규직을 얼마나 채용했는지, 여성고용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은 얼마나 했는지 등이 평가 대상이다. 고용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선 금리를 우대해주거나 대출이자 환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금융 인센티브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