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7일과 28일 이틀간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간 첫 간담회 자리에 이례적으로 초대받은 중견기업 ‘오뚜기’가 이번 초청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론 앞에 거의 나서지 않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국민의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큰 데다, 이전에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기업활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착한기업의 대명사로 떠오른 오뚜기를 정규직 채용 등의 모범 기업으로 판단하고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오뚜기를 대통령과 간담회에 초청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24일 “초청을 받은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파악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내부 회의를 거쳐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 ‘은둔의 경영자’ 함영준 회장 참석

청와대는 지난 23일 공식 브리핑에서 이번 간담회에 총수가 참석할지 전문 경영인이 참석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후 기업과 첫 공식 간담회인 만큼 전문 경영인보다는 총수들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가운데 노란모자)이 2015년 심장병 완치 어린이 초청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그룹 집중 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식사 자리를 하다 보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고 식사라는 격식에 맞춰서 형식적 대화로 흐른 측면이 있었다”며 "그룹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형식으로,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그동안 언론 앞에 나선 적이 거의 없는 ‘은둔의 경영자’다. 인터뷰나 언론 간담회 자리 역시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자사 행사나 신년사를 제외하면 함 회장 발언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는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인데 새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의 모범 기업으로서 오뚜기를 ‘특별 손님’으로 초청했기 때문에 함 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는 다른 유통대기업 관계자는 “함 회장이 직접 나서 ‘비정규직 없는 회사’ 방침 등 각종 미담 사례를 설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착한 기업 대명사’ 오뚜기...역풍도 불어

오뚜기는 원래 주목받는 기업이 아니었다. 식품업계에서 오뚜기는 라면, 즉석밥 등 꾸준히 팔리는 효자 상품을 다수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통했지만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 아니라 인지도도 경쟁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대기업 ‘갑질’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잡으면서 오뚜기는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입지를 굳혔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2014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오뚜기-맨체스터유나이티드 파트너십 론칭'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함 회장의 부친이자 오뚜기 창업자인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마라'는 경영철학이나, 함 회장의 상속세 성실납세 사례, 2008년 이후 10년동안 가격동결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경영방침 등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때도 이 무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오뚜기의 전체 직원 3099명 중 36명만이 기간제 근로자로, 오뚜기의 비정규직 비율은 1.16% 수준이다. 함 회장은 지난해 9월 자산 1조6500억원대의 오뚜기를 상속받으며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오뚜기는 또 창업자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1992년 시작한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4300여명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미담에 대한 역풍으로 최근에는 오뚜기에 대한 부정적인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2월 “오뚜기가 자산이 5조원에 미달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에스에프, 알디에스, 상미식품 등을 통한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최소 63%에서 최대 97%에 달한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관계자는 “오뚜기의 공(功)은 공대로 논하고, 일감몰아주기나 내부거래와 같은 과(過)에 대해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은 알려야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목받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