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차량이 컨베이어벨트 대신 천장에 매달린 채로 이동하고 있다. 조립 로봇들이 작업할 공간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지난 5월 9일(현지 시각) 독일 북부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의 본사 공장. 650만㎡(약 196만6200평)에 이르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특이하게도 조립 중인 자동차가 컨베이어 벨트 대신 천장에 매달린 형태로 이동했다. 자동차가 위로 지나가면 로봇이 부품 조립 작업을 했다. 필요에 따라 차체를 좌우로 기울이기도 하고 로봇 한 대가 문을 잡고 있으면 다른 한 대가 구멍을 내고, 또 다른 로봇이 거기에 나사를 끼우며 사람처럼 협업했다. 공정 라인별로 1~2명씩 배치된 사람들은 모니터를 점검하며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만 살폈다. 요나스 하인츠 폴크스바겐 자동화 공정 연구 그룹장은 "80년 전 독일 국민차 '비틀'을 생산하기 위해 탄생한 이 공장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더 이상 사람이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로봇의 작업 속도나 부품의 공급 정보를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한 로봇이 문제를 일으키면 곧바로 다른 라인으로 흐름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독일을 한 단계 끌어올린 스마트공장

자동차 부품 기업 보쉬는 공장 내 로봇과 기계에 센서를 집어넣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개선점을 찾아내면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0%씩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최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보쉬는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전환으로만 매년 11억2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의 추가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최대의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는 로봇과 3D(차원) 프린터를 이용한 스마트공장으로 제조업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아디다스는 현재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에 스마트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들은 로봇과 3차원(D) 프린터를 이용해 연간 100만 켤레의 운동화를 찍어낼 계획이다. 운동화 종류에 따라 생산 라인을 교체할 필요 없이 3D프린터의 프로그래밍만 새로 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김남훈 울산과학기술원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3D 프린터는 비행기 동체나 엔진은 물론, 단백질을 소재로 해 사람의 장기까지 제작하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로봇과 사람의 경계 허물어진 공장

지난 5월 11일 유럽 최대 산업용 로봇 기업 ABB의 스위스 취리히 본사 연구실. 연구원들이 사람 상체 크기의 양팔 로봇 '유미(YUMI)'에게 인간의 동작을 가르치고 있었다. 한 연구원이 유미 앞에 앉아서 학습 기능을 켜고 동작을 반복하자, 유미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뒤 같은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앞에 놓인 종이를 접어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거나 큐빅 퍼즐 맞추기 같이 세밀하고 복잡한 동작도 따라 했다. 사스와토 다스 ABB 이사는 "유미는 사람이 양손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은 모두 몇 시간이면 완벽하게 배울 수 있다"면서 "비싼 돈을 들여서 공장 라인을 바꿀 필요 없이 사람이 일하는 라인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5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조시에 있는 계산대 제조업체 글로리 공장에서 양팔 로봇이 사람과 협업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인 양팔 로봇은 과거 대형 제조공장의 한 팔 로봇과 달리, 사람이 일하던 자리에 교체 투입돼 똑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일본에서도 양팔 로봇은 이미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오전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가조시에 있는 계산대 제조업체 글로리 공장. 키 150㎝의 양팔 로봇 '넥스트에이지(NextAge)'가 한 손으로 기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부품을 집어 끼워 넣고 있었다. 조립한 부품은 라인 건너편에 앉은 직원에게 넘겼고, 직원은 추가로 부품을 꽂아 다음 작업자에게 전달했다. 한 생산 라인에 5~10명의 사람과 3~5대 로봇이 한 팀을 이뤄 일하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이 회사의 가토 마사루(加藤優) 공장장은 "로봇은 지치지 않고 정확히 시킨 일을 해내고, 사람은 돌발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로봇과 사람을 한 팀으로 만들자 장단점이 조화를 이루면서 불량률은 낮아지고 생산성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느냐다. 폴크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자동화 비율은 95%에 이르지만 아직은 근로자들의 숫자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이 공장의 근로자 수는 7만5000명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유럽 최대 규모다. 토르스텐 크람 폴크스바겐 매니저는 "로봇의 도입과 공정 효율화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생산량 증대에 따라 지난 5년간 이 공장의 근로자는 1만명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디다스의 3D 프린터는 해외에 있는 아디다스 생산라인을 통째로 없애버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