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SMC 7나노 1세대 공정서 'A12' 생산
"EUV 활용한 삼성 2세대 공정은 아직 검토 단계"

애플이 차기 아이폰 제품에 탑재할 7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2' 위탁생산 물량 상당 부분을 대만 TSMC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애플의 A12 공급 경쟁에서 TSMC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대 20~30%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어서 주목된다.

20일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히타치 등으로부터 7나노 공정 장비를 대량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 신제품을 기점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7나노 AP칩 생산성 강화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 전경.

국내 반도체 업계는 TSMC가 7나노 AP칩 장비 확보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투자를 감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차기 모바일 AP 관련 계약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이같은 대규모 투자 배경에는 최대 고객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물량을 보장받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팀을 사업부로 승격시킨 삼성전자 역시 애플 아이폰용 7나노 AP 공급 계약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7나노 생산 공정을 시험 중이며, 이 결과에 따라 애플과의 계약 여부가 분명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공급사가 TSMC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어서 삼성전자가 차지할 물량은 20~30%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7나노 공정은 크게 1세대와 2세대로 나뉜다. 1세대는 기존 10나노 공정 장비를 약간 업그레이드한 장비를 활용하는 반면 2세대 공정은 네덜란드의 장비회사가 개발한 EUV 노광장비를 활용한다. TSMC의 경우 1세대 공정에 주력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EUV를 활용한 2세대 공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초점을 맞춘 2세대 공정은 1세대 공정에 비해 아직 생산성, 신뢰성 측면에서 위험이 크다. EUV가 모바일 AP 분야 대량 생산라인에서 활용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차세대 칩 생산에 7나노 공정 도입을 확정한 퀄컴도 파운드리 업체를 기존 삼성전자에서 TSMC로 교체한 바 있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TSMC는 순수 파운드리 업체인만큼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보다 높은 생산성과 낮은 가격을 자랑한다. 또 삼성전자는 한 대당 1000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장비인 EUV를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게다가 실제 대량 양산라인에 적용됐을 때 EUV가 초기 수율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경우 다른 회사와 달리 특정 업체 한 곳에서 100% 물량을 받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 TSMC와 삼성도 비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내년 7나노 공정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더 낮은 가격에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TSMC가 차기 아이폰 AP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삼성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마이너(Minor) 벤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