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보면 균형 경제 발전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독일 중견기업은 독일 노동인구의 3분의 2를 고용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성장을 이끌고 있다.”

빈프리트 베버(Winfried Weber)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응용경영연구소 소장이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조선비즈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2017 중견기업 혁신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빈프리트 베버(Winfried Weber·사진)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응용경영연구소 소장은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중견기업 혁신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독일은 세계 3위 수출국이며, 2016년 포춘 500대 기업(Fortune 500)의 28%, 히든 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의 48%가 독일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버 소장은 이날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견기업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강연했다. 현재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응용경영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베버 소장은 수많은 중견기업 경영자와 오너들에게 기업 경영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글로벌가족경영센터를 운영하며 가족경영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한 그는 독일 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의 중소·중견기업) 성공모델 분석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베버 소장은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베버 소장의 할아버지는 스위스에서 시계 만드는 법을 배운 뒤 독일에서 시계회사를 만들었다. 작은 마을에서 창업해 성공한 사업가가 됐지만 1950년대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가 만드는 파인 메커니컬 시계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버 소장은 “할아버지가 실패한 이유는 다가오는 3차 산업혁명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버 소장은 “현재는 새로운 조직과 경쟁자가 등장하고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라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라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변화하지 않고 기존의 성공에 의존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빈프리트 베버(Winfried Weber)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응용경영연구소 소장이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조선비즈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2017 중견기업 혁신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베버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것이 과거와 다르다. 왜 이렇게 바뀌고 있는지 주목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현대 기업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시대에 중견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도 제시됐다. 베버 소장은 “기업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트렌드에 개방적이어야 하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버 소장은 ‘도요타’를 예로 들었다. 도요타는 공장에서 조립 라인 문제가 발생하면 코드를 당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도록 했다. 다임러 역시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그는 “다임러에서는 코드를 당긴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도요타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코드를 잡아당겨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며 “위계적인 조직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조직 문화를 바꿔야만 한다”고 말했다.

빈프리트 베버 소장은 중소·중견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버 소장은 중소·중견기업에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버 소장은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중견기업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견습제도 등을 통해 인재를 고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중소·중견기업 발전을 위해 몇 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코끼리가 춤추는 곳에서 춤추지 말라’는 말이 있다.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노는 곳 에서 놀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특별한 무언가가 없다면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기술력을 갖추고 해외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하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처럼 견습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버 소장은 “한국의 중견기업이라면 충분히 학계에서 배출되는 200만~300만명의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교육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는 자녀가 대기업에 취직하길 바라는 대기업 지상주의 마인드를 버리고, 한국 중견·중소기업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