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비리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하자, 회사가 참여한 18조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APT) 입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KAI 본사 항공기동에서 작업자들이 T-50을 점검하는 모습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시에 있는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18일 KAI 협력 업체 5곳을 추가로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하성용 사장이 지인의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과 수리온 개발사업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KAI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국산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미 공군 요구에 맞게 T-50A로 개량해 3월 말 APT 사업 최종제안서를 미 공군에 제출했다. APT는 40년 이상 된 미 공군의 노후화된 훈련기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총 350대 규모로 사업비는 160억달러(18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미국 결정에 영향받는 동맹국 수요 등을 감안하면 100조원대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수주전에서 록히드마틴과 KAI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미 보잉과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이다. 미 공군은 입찰 참여 업체를 실사해 올해 말 기종을 선정한다.

검찰 수사가 KAI의 미 APT 사업 입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경쟁사들이 KAI의 검찰수사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 관련 검찰 조사가 단기간 내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검찰수사는 KAI의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 이슈”라고 말했다.

반면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검찰 수사는 크게 하성용 사장 관련 비리 행위와 수리온과 관련된 것으로 APT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며 “T-50 원가 부풀리기 이슈는 이미 2012년 전에 나온 이야기라 검찰 수사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9월말 전까지 검찰 조사가 끝나면 큰 영향은 없겠지만, 연말까지 이어지면 사업계획서 평가·실사 항목 등에서 불리해져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APT 사업을 수주하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며 “단순히 미국 시장을 넘어 친미 국가 대부분에 훈련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이자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