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집행 형평성 논란도

공공임대상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해소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따른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도입키로 한 ‘공공임대상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건물주들의 반발이 심해 도입하지 못했던 공공임대상가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면서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상가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별도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와 소상공인 간 합의점을 도출하는 중간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3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있는 ‘천안 원도심 도시재생사업현장’을 방문해 현장 공무원들로부터 사업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공공임대상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13일 도시재생 뉴딜사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임대상가(가칭 ‘따뜻한 둥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낡은 구도심에 사람들이 몰리면 그 여파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데, 도시 재생 뉴딜사업으로 노후 지역이 되살아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도시재생으로 소상공인들과 청년 창업자들이 쫓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 연말까지 100곳이 넘는 사업지를 선정하고 해마다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데, 도시재생 본예산 외에 추가로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정 지역, 특정 수혜자를 위해 쓰여지는 예산이라 형평성 논란도 나올 수 있다.

공공임대상가 도입을 위한 예산 규모는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자금으로 대체사업지 상가를 매입하고 공사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특정 지역을 위한 사업이고, 공공안심상가도 특정 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한 곳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과도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50조원의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부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 등 별도 펀드를 조성하거나 민간 대기업으로부터 사회공헌 차원의 기부금을 받는 형식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IT캐슬 지식산업센터안에 마련된 공공안심상가.

현재 경기도와 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이미 공공임대상가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각각 20억원, 12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11월 경기연정사업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공임대상가 시범사업에 들어가 현재 사업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철도나 도로교량하부 유휴부지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사업지 1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김홍현 경기도청 기업지원과 주무관은 “원래 슬럼화된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인데, 지금은 젠트리피케이션 해소 방안으로도 거론되고 있다”며 “적은 예산으로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성동구청은 최근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공임대상가인 ‘공공안심상가’를 마련하고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다. 성수동 서울숲IT캐슬 지식산업센터에 4개 점포를 확보하고 이중 2개 점포의 입주자를 오는 21일까지 모집한다.

점포당 면적은 22.86~46.95㎡, 임대료는 연 462만6000~949만9600원 수준이다. 임대 기간은 1~2년이다.

강형구 성동구청 지속발전과 과장은 “상가 임대료는 평당 5만5000원 수준으로 주변 평균 임대료(10만~15만원)의 약 3분의1 수준”이라면서 “단기적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상가”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또 부영그룹으로부터 260억원을 기부채납 받아 지상 8층, 연면적 6920㎡짜리 공공안심상가를 조성 중이다. 내년 초에 입주자를 모집한다. 앞서 부영은 공공안심상가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서울숲 일대에 조성하는 초고층 주상복합∙호텔 건립 사업에서 용적률 혜택을 받았다.

김덕례 실장은 “공공안심상가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소상공인 등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중간 조직을 육성하고 중앙 차원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며 “혜택을 받는 임차인이 공공임대상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