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병원들이 영상 빅데이터 전략 기지를 앞다퉈 구축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대구로병원은 의료영상데이터센터(KU-Medical Image Data Center)를 지난 17일 개소했다. 14일에는 연세대 의과대학 방상선의과학연구소가 이미지데이터센터를 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아산임상시험영상의학지원실(AIM·Asan Image Metrics)를, 가톨릭의료원은 지난 3월 가톨릭스마트이미징바이오뱅크은행(CSIB)을 속속 출범시켰다.

이들 조직은 각각 명칭은 다르지만 각 대학병원의 방대한 의료 영상 데이터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 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지’라는 점에서는 같다. 병원 내에서 촬영된 다양한 종류의 의료 영상 데이터를 개인정보 보호법 테두리 내에서 수집, 가공해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데이터 뱅크 역할을 한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 “4차 산업혁명 선도하겠다”

의료영상 빅데이터란, 초음파, X-레이, CT, MRI, 내시경 검사, 뇌파 검사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포함한다. 전 세계의 의료영상은 1년에 대략 2조장이 촬영되며 450페타바이트(petabytes·테라바이트의 1000배 단위)의 저장 용량을 차지한다. 의료 영상의 데이터 양은 5년마다 2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의료 영상데이터는 개인의 고유 식별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연구자 개인이 일일이 개인정보를 삭제해야 하는 등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각 병원들이 구축한 빅데이터 기지를 통해 대용량의 의료 영상을 자동 비식별화하고 분류, 가공해 연구 목적에 적합한 양질의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주요 병원들은 ‘의료용 영상 데이터’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열쇠로 보고 있다. 환자 치료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막대한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게 병원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창희 고대구로병원 의료 영상 데이터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최첨단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능형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규모의 의료 영상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 인공지능의 엔진 ‘빅데이터’

최병욱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료영상을 접근, 분석 가능한 빅데이터로 제공하고 이를 분석하는 효과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면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요즘 IBM의 왓슨과 같은 의료용 인공지능(AI)이 화두인데, 인공지능이 로켓의 엔진이라면, 빅데이터는 엔진을 가동시킬 연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즉,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더 많은 양의 환자 의료 영상을 인식하고 질병을 판별할 수 있는 의료용 인공지능을 개발해 의료현장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의료 영상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정밀하게 대량 분석,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국내외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중인 스타트업들이 많지만, 대규모 영상데이터를 확보한 곳은 아직 없다”며 “국내 병원들이 이미지센터를 구축하게 되면, 영상 빅데이터를 학습,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에서도 영상 빅데이터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5년 임상시험에서의 영상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체계적으로 촬영하고 도출된 영상을 명확하게 분석해 임상시험의 질은 높이고 기간은 단축시키는 것이 골자다.

서울아산병원은 이같은 흐름에 맞춰 연구자와 제약회사,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에서 임상연구를 수행할 때 주요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CT 및 MRI 영상데이터의 체계적 분석 및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아산임상시험영상의학지원실(AIM)을 개소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메디컬로직 기업인 AiCRO와 국내 최초 임상시험 전용 영상관리 IT 시스템(CTIMS, Clinical Trial Image Management System)을 개발해 영상을 관리한다. 각 연구에 적합한 판독 플랫폼을 구축하고, 영상 업로드와 저장과정에서 환자정보를 익명화하여 의료진 별로 접근권도 달리 설정한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박성호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는 “임상시험 수행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영상데이터의 활용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영상 데이터 종합 관리 서비스라는 새 분야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