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들은 조만간 가슴 한쪽에 손바닥만 한 인공지능(AI) 카메라를 달고 다닐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인공지능 카메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 모토롤라 솔루션이 개발한 Si500으로, 수백명 이상의 얼굴을 동시에 인식한 뒤 미리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의 얼굴 사진과 비교해 범죄 용의자나 미아(迷兒)를 곧바로 찾아낼 수 있다.

모토롤라 솔루션은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뉴랄라와 손잡고 수십만명의 얼굴을 저장해 원하는 얼굴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카메라 시제품을 만들었다. 뉴랄라는 스마트폰처럼 상대적으로 용량이 작은 IT(정보기술) 단말기에서도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대부분 고성능 수퍼컴퓨터가 있어야 가동된다. 모토롤라 솔루션은 "Si500의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으로 더 많은 얼굴을 동시에 인식하고, 사람을 찾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메라나 CC(폐쇄회로)TV를 통한 생체 인증(認證) 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중요 시설에서 VIP 신분 확인용으로 쓰였던 얼굴 인식 기술이 최근 들어 모바일 결제는 물론 범죄 용의자를 잡는 데까지 진화하고 있다. 사람의 얼굴이 곧 신분증이자 지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지난해 30억4000만달러(약 3조원)였던 세계 얼굴 인식 시장이 2020년 89억3000만달러(약 1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인 검거·모바일 결제… 실생활 파고드는 얼굴 인식

가장 도입이 빠른 분야는 보안이다. 지난 5월 31일 영국 경찰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CCTV로 범죄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50만명의 전과자 사진 자료와 실제 영상을 비교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경기장에 입장하는 용의자를 체포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일본 통신·전자기업 NEC이 개발한 것으로 10m 이상 거리에서 촬영한 영상도 인식할 만큼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보행자의 걸음걸이를 보고도 신분을 확인할 정도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선글라스나 모자로 얼굴 일부를 가리더라도 인식이 가능하다. NEC의 얼굴 인식 시스템은 지난해 9월 일본의 인기 여자 아이돌 그룹 모모이로클로버Z의 공연장에서도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관객의 얼굴로 신분을 확인했다.

안면 인식 기술 상용화가 가장 빠른 곳은 중국이다. 시장 규모가 큰 데다 개인 프라이버시 규제 장벽도 낮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작년 6월 셀카 사진으로 모바일 결제 앱에 로그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무려 4억5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중국판 우버'인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은 운전자 신원 확인 방법으로 안면 인식 기술을 채택했으며, 중국건설은행은 고객들이 자동화기기에서 얼굴 인식으로 신분이 확인되면 카드나 통장 없이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서도 기술 도입 활발

국내 기업·연구기관들도 얼굴 인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갤럭시 S8에 스마트폰으로는 처음 얼굴 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카메라가 1초 만에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잠금 상태를 해제할 수 있다. 벤처기업 오이지소프트는 PC나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할 때 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얼굴 인식 기술 '오이지FR'을 개발해 지난 4월 금융 당국 인증까지 받았다.

보안 솔루션 벤처기업 파이브지티는 집 구성원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열어주는 얼굴 인식 로봇을 개발해 전국 3000세대 신축 아파트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한걸음 나아가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가까운 CCTV가 용의자나 사고 차량을 자동으로 식별해 경찰에 알려주는 지능형 영상 보안 시스템까지 개발하고 있다. 김건우 ETRI 책임연구원은 "교통사고 발생 후 3초 안에 사고 발생과 차량을 감지해 경찰에 알리는 시스템을 내년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