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디지털그룹이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험에 들어간다. 기존의 직급 체계나 호칭, 복장에 대한 규제 등을 모두 바꿔 마치 스타트업 같은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직 전체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은행의 목표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설된 디지털그룹에서는 직급 체계를 기존의 ‘행원-대리-과장-부부장-부장’과 달리 ‘매니저-수석매니저-부장’으로 간소화하고 이에 따라 호칭도 ‘○○님’으로 바꿀 것”이라며 “복장도 자유롭게 하는 등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향후 조직 전체에 이런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18일 말했다.

신한은행 본점.

신한은행은 이달 초 조직을 개편하면서 디지털채널본부와 디지털전략본부, 빅데이터센터로 구성된 디지털그룹을 신설했다. 디지털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은 디지털그룹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일하게 되는 다음달 4일 이후 제대로 시작할 전망이다. 현재 디지털그룹 직원들은 일산 ICT(정보통신기술)센터와 본사 등지에 흩어져 있다. 디지털그룹은 신한은행 본점 옆 부영 태평로 빌딩 일부를 임차해 다음달 4일부터는 이 곳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조직 문화 혁신은 물론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젊은 조직 구성원들도 대거 수혈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직 개편 때 디지털채널본부에는 신입 행원을 비롯해 젊은 직원들을 많이 뽑아 60~70%가 젊은 행원들”이라며 “이들은 디지털 관련 교육이 끝나는대로 업무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조직문화 혁신을 ‘파격’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문화를 무리하게 따라하다 임직원들이 이질감을 느껴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스타트업 문화를 은행 내부 사정에 맞게 적용한 뒤 이 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신중을 기하겠다는 판단이다.

디지털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에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철학이 크게 반영됐다. 위 행장은 올해 초 취임한 뒤 꾸준히 디지털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는 임직원들에게도 ‘기존 방식에 무작정 수긍하지 말고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 보고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주문했는데,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채용 방식 교체를 고민하는 것 등이 결과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