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우본)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9월 발행하기로 했던 기념우표를 없던 일로 하면서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표발행심의위원 17명 중 9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발행을 결정했지만, 지난 12일 12명이 참여한 회의에선 발행 반대 8명, 찬성 3명, 기권 1명으로 이전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저번과 이번 회의 때 위원 구성은 공무원 1명을 제외하고 그대로였습니다.

취소 결정에 대해 "옹졸하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박 전 대통령 우표 발행을 신청한 구미시의 남유진 시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라를 위해 업적을 남긴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기념우표 한 장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태가 개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기념우표 하나 만들지 못할 정도로 가치 없는 인물이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열어 발행 결정을 하는 기념우표는 보통 한 해 20건 정도 됩니다. 당초 발행하려 했던 박 전 대통령 우표 물량은 60만장입니다. 한 장 찍는 데 34원이 든다고 하니, 총 비용이 2040만원 정도입니다. 우본에서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큰 돈은 아닙니다. 게다가 요즘엔 국민 누구든 개인 부담으로 '나만의 우표'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우본에 신청만 하면 집안 경조사, 회사 창립일을 기념해 가족 얼굴이나 회사 건물을 넣은 우표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부모님 회갑 기념으로 아버지 얼굴을 담은 우표를 10장 발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표를 친숙하게 이용하자는 취지에서 우본이 미국·일본을 벤치마킹한 겁니다. '나만의 우표'는 한 해 보통 4만건 정도가 접수돼 74만장이 발행됩니다. 이처럼 누구든 발행할 수 있는 우표인데도 유독 박 전 대통령 우표 발행을 놓고서는 우본 사상 최초로 재심위원회까지 소집하는 소동을 벌인 것입니다.

우본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종교적·학술적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의 기념우표는 발행하지 않는다는 내부 원칙을 따랐다"고 해명합니다. 박 전 대통령 우표 발행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과 공무원 노조에서 '적폐 대상' 운운하며 반발해 정치적 논란이 됐다는 뜻입니다. 그는 "솔직히 말해 100년 후 우리 사회가 더 성숙했을 때 지도자의 탄생을 기념하는 우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새 정부가 협치와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