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우외환(內憂外患) 속에 휘청이고 있다. 최근 중국 판매량이 급락하고 미국 판매까지 부진한데 노조가 6년 연속 파업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개발에 뛰어든 야심작 소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코나(KONA)는 양산한 지 한 달 만에 파업으로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고,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한 그랜저(현지명 아제라)는 내년부터 미국 판매가 중단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대해 65.9% 찬성표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번에 파업에 들어가면 2012년 이후 6년 연속이다. 노조는 올해 월급 15만3883원 인상(기본급의 7.18%), 전년 수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최악 경영 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작년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영업이익률(5.5%)도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악화되면서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219만8342대)이 작년 상반기(239만4355대)보다 8.2% 감소했다. 중국은 아예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상반기 미국 시장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7.4% 감소한 34만6360대에 불과하다. 6월 한 달 판매량(5만4507대)만 보면 작년 6월보다 19.3%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마저 파업을 선언하자 소비자들은 "현대는 이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국내 자동차 공장 철거해서 몽땅 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조도 문제지만 사측도 할 말이 없다"면서 "매번 노조에 끌려다니다 보니 이런 파국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회사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해 일단 돈을 더 주고 무마한 다음 그 비용을 차 값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거나 하도급업체를 쥐어짜 탕감한다"고 설명했다. 한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은 "본사 노조가 파업에 성공하면 성과급도 받고 기본급도 올라가지만, 하도급업체 직원들은 그 기간 동안 일도 못 하고 돈도 못 번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 위기에 나온 파업 결의

무리한 노조 요구와 이어지는 파업 선언은 현대차에게 '연례 행사'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파업을 통해 높은 임금 인상을 관철했다. 현대차 2011~2015년 5년간 평균 임금상승률은 5.1%로 경쟁업체인 폴크스바겐(3.3%), 도요타(2.5%)보다 높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고 수준이다.

1인당 연봉도 현대차가 대표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 전체가 9313만원으로 도요타(7961만원), 폴크스바겐(7841만원)보다 1500만원가량 많다. 특히 외국 회사들은 영업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지만, 현대차는 그렇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작년 6월 노사관계 세미나에서 "국내 업계는 파업권을 가진 노조 주도로 매년 임금 협상이 이뤄지면서 영업 실적의 고려가 미흡하고, 관례적인 임금 인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7월 말부터 노조가 휴가를 떠나고, 휴가 복귀 후에도 파업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잇단 신차로 판매량 회복을 노리던 계획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며 "자칫 작년에 이어 수조원대의 영업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낮으면서 임금은 높아

임금은 높지만 생산성이 이에 따라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 자동차업계 1인당 생산 대수는 도요타의 40% 수준이다.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GM (23.4시간)보다 더 걸린다.

그동안 숱하게 파업을 겪으면서 노사협상을 벌였지만 노사관계가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195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협조적 노사관계로 전환에 성공했지만, 현대차는 원칙 없는 노사 전략으로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파업 투표 가결 후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는 영업 이익 하락을 이유로 끊임없이 경영 위기를 조장하고, 생산에 전념한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노사관계는 부부관계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형성되는 건데 현대차는 오랜 시간 동안 헝클어져 있었기 때문에 매년 노사분규가 반복된다"면서 "사측은 노조 탓, 정부 탓만 하지 말고 투명 경영, 원칙 경영을 앞세워야 하고, 노조 측도 노사관계를 정치화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