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계 2위인 삼표산업의 위상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현대제철, 삼표산업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장 이전에 잠정 합의한 데 이어, 송파구 풍납동 공장도 이전 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소송전을 벌이면서 이전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공장 모두 삼표산업에서 차지하는 생산량 비중이 커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삼표산업의 현재 위상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주변.

◆ 성수 공장 “5년 안에 문 닫아야”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땅 소유주인 현대제철, 삼표산업은 지난 10일 성수 공장 이전에 잠정 합의했고 보상비 등을 놓고 협의 중이다. 합의에 따라 삼표산업은 오는 2022년 10월까지 부지를 비워줘야 한다.

애초 이날 공장 이전에 관한 협약식을 하려고 했지만 삼표산업이 당일 갑자기 불참한다고 밝히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보상비 등 이전 문제와 관련해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협약식 불참 사유를 밝혔다.

2016년 업체별 레미콘 생산량.

업계는 삼표산업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성수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의 ‘2016 레미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삼표산업의 성수 공장 생산량은 126만㎥로, 회사 전체 생산량(698만㎥)의 18%를 차지한다. 사내에서 생산 비중이 가장 크다. 당장 성수 공장 가동을 멈추면 삼표산업 연간 생산량의 5분의1 정도가 줄어들게 되니 회사가 만족할 만한 보상을 받지 않고서는 쉽게 이전할 수 없는 처지다.

대체 부지를 구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레미콘 공장은 업종 특성상 건설 현장까지 1시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하는데, 성수 공장만한 요충지를 찾기 어려워서다. 이 공장은 성수대교 북단에 바로 붙어 있어 강남·북으로 이동하기 쉽고 서울 전역 어디든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 풍납 공장도 위태위태

문제는 삼표산업이 운영 중인 또 다른 공장인 풍납동 레미콘 공장도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이 멈춰서 있다.

삼표산업 풍납 공장은 국토부와 문화재청, 서울시, 송파구가 오는 202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진행 중인 백제 풍납토성 복원정비 사업 지구 한가운데에 있다. 삼표산업은 이전 압박에 반발해 국토부를 상대로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풍납 공장의 생산량은 2016년 기준 72만㎥로, 삼표산업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이 역시 올림픽대교 남단에 있어 성수 공장 못지않게 입지 장점이 큰 곳이라 대체할 만한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 성수 공장이나 풍납 공장 모두 입지는 제쳐놓더라도 레미콘 공장 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어 대체 부지를 찾는다 하더라도 이전을 장담할 수 없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에 대한 반발 민원이 워낙 극심한 편이라 수도권에서 대체지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과 풍납동 공장 두 곳을 빼고 나면 업계에서 차지하는 삼표산업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두 곳을 제외한 지난해 삼표산업의 레미콘 생산량은 약 500만㎥로, 업계 3위인 쌍용레미콘(518만㎥)보다 적어진다. 성수 공장 생산량만 빼도 삼표산업의 생산량은 572만㎡로 1위 유진기업(743만㎡)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줄어든 삼표산업 생산량만큼 경쟁사들의 공급이 더 늘어나면 업계 판도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두 곳 다 이전 여부가 확정돼야 대체지를 물색할 것”이라면서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