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으로 분류되는 전용 59㎡ 이하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무섭다.

서울 강남권에선 10억원대를 넘어서는 전용 59㎡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강북권도 10억원 가까운 소형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 증가와 60대 이상 자산가들의 임대수익용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보는데,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단지.

◆ 전용 59㎡ 9억원…전용 40㎡ 이하 평균 매매가도 3억원 돌파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59㎡는 9억원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집계조사에서도 올해 2분기 같은 아파트 2단지 전용 59.86㎡ 분양권은 8억5500만~8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 리버뷰자이’ 전용 59.97㎡ 17층 입주권은 지난 6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 웰스트림’ 전용 59.96㎡ 20층은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권에선 전용 59㎡가 10억원을 넘기는 사례가 꽤 있었지만, 최근엔 강북권 전용 59㎡ 아파트 값도 10억원 선에 근접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는 전용 33㎡가 안 되는 아파트가 7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68㎡ 32층은 지난달 6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KB국민은행은 전용 40~62.8㎡를 중소형 아파트로 분류한다. 이 면적대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월 말 현재 4억770만원으로 연초보다 4% 올랐다. 중형(전용 62.8~95.9㎡), 중대형 아파트(95.9~135㎡) 상승률은 각각 3%였는데, 이를 뛰어넘는 수치다.

서울의 모든 중소형 아파트를 순서대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 가격을 뜻하는 중위 매매가격도 4억3270만원에 이른다. 전용 40㎡ 미만의 소형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했다. 부산 중형 아파트 중위 매매가(3억93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1·2인 가구 증가와 베이비붐 세대 투자…"최근 매매가 급등은 과열"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치솟은 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1~2인 가구가 느는 데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로 불리는 60대 이상 자산가들이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중소형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 비중은 각각 28%와 27%에 이르는데, 2030년이 되면 각각 37%와 33%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이들에게 알맞은 면적의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베이비붐 세대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국감정원의 조사로는 2015년 아파트 구입자 중 60세 이상은 11만2036명으로, 2011년(7만1254명)보다 57.2% 늘었고, 55~59세의 아파트 구매자도 58.1% 증가했다.

가구 구성 변화에 따라 주택 소형화가 대세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최근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라는 점과 지하철역이 가깝고, 업무지구와 가깝다는 희소성이 반영되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이런 장점들을 감안해도 최근 가격은 과열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금리 인상과 정부 규제 등이 현실화하면 과거만큼 오름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임대수익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매물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주택 쏠림이 심해지면서 앞으로는 중소형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최근 중소형 집값은 단기간에 과할 정도로 올라 투자 목적의 매매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