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황금박쥐'로 불리는 붉은박쥐(사진·학명 마이오티스 루포니거)의 게놈(DNA 유전 정보) 해독에 성공했다.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붉은박쥐의 보전과 복원을 위한 유전학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체구에 비해 가장 오래 사는 포유동물인 붉은박쥐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인간의 장수(長壽)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종화 교수가 이끄는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진은 붉은박쥐의 게놈을 해독한 뒤 다른 박쥐 종과의 비교·분석을 마쳤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5일 자에 발표했다.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붉은박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동물로 한반도에 200여 마리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충북 단양 고수동굴에서 발견한 붉은박쥐의 사체에서 DNA를 추출해 게놈을 해독했다. 또 붉은박쥐의 게놈을 다른 박쥐 7종, 육상 포유동물 6종의 게놈과 비교했다.

연구진은 붉은박쥐에서 1급 발암물질인 중금속 비소(As)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다른 박쥐의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비소에 저항성을 갖는 유전자의 서열이 2곳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유전자 차이가 붉은박쥐로 하여금 비소 등 중금속으로 오염된 폐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붉은박쥐가 검은색을 띠는 다른 박쥐들과 달리 붉은빛을 띠게 하는 유전자도 발견했다. 또 수명과 관련한 유전자도 2개 발견했다. 박 교수는 "박쥐 유전자에서 장수 관련 유전정보를 더 연구해 향후 암 치료와 수명연장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