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잠이 잘 오나요? 오래 사용해도 튼튼한가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룸 매장. 올가을에 결혼한다는 30대 남녀는 혼수 가구를 보러 왔다며 전동 침대 '아르지안'에 누워서 리모콘으로 작동 버튼을 누르며 직원에게 물어봤다. 예비 부부는 "신축 아파트로 들어가서 가구는 특별히 살 것이 없다. 요즘 불면증도 좀 있는 것 같고, 침대에 누워 TV로 영화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다 잠드는 경우가 많아 전동 침대를 구입해 볼까 하고 왔다"고 말했다.

국내 전동 침대 시장 1년 만에 3.6배 성장

국내 '전동 침대(모션베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동 침대란, 유·무선 리모콘으로 상체나 다리 부분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성 침대를 말한다. 침대의 각도를 몸에 맞게 조절하거나 진동 기능 등을 넣어 숙면을 취하도록 도와준다. 가격은 일반 침대보다 일반적으로 3배 이상 비싸지만 일명 '잘 자기(well sleeping)' 열풍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미국 에르고슬립사(社)가 물건을 출시하면서 형성된 국내시장은 3년 만인 지난해 3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11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전동 침대 인기에 한샘 등 국내 가구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독일 프롤리 등 수입 업체들도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전동 침대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먼저 숙면에 대한 관심 증가를 들고 있다. 지철규 까사미아 대표는 "'잘 자기' 열풍 초기에는 스프링 매트리스를 천연 라텍스나 메모리폼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잠자리를 바꿨다면, 최근에는 그 열풍이 전동 침대로 확산되고 있다"며 "숙면에 대한 욕구가 직장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해 54만2939명으로 2012년 대비 34% 늘었다. 까사미아의 플렉시 전동 침대는 매트리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무중력 자세로 체중을 분산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해 숙면을 돕는다. 한샘의 '헤더 전동 침대'도 신체의 압점을 분산해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잠을 잘 수 있다.

침대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등 생활 습관의 변화도 전동 침대의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일룸의 '아르지안'은 머리 부분에 USB 충전 단자가 삽입돼 있다.

갈수록 디자인·기술 진화하는 전동 침대

병원 침대 같았던 전동 침대 디자인이 고급스러워진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대의 머리와 다리 부분의 각도를 조절하고 마사지 기능 등이 포함된‘전동 침대(모션베드)’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왼쪽부터 일룸, 까사미아, 체리쉬가구의 전동 침대들.

체리쉬가구는 전동 침대를 매치스, 테이트 등 다양한 라인으로 출시해 다른 가구들과 이질감이 없도록 했다. 기술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다음 달 말 출시되는 에몬스가구의 '리찌 모션침대'는 알람 기능이 있어,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매트리스가 시간에 맞춰 기상을 위한 자세로 전환한다. 김경수 에몬스가구 회장은 "전동 침대는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하기 가장 좋은 가구"라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논현동 가구 거리 옆 '학동역~압구정역' 거리가 논현동 침대 거리로 불릴 정도다. 미국 에르고모션사의 대표 모델인 'S600'은 근육을 풀어주고 수면을 유도하는 미세 진동 마사지 기능이 유명하다. 올해 초 국내시장에 진출한 프롤리의 '4모터 모션 베드'는 스프링 강도를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