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자동차 부품업체이자, 작년 매출액이 38조에 달하는 현대모비스가 12일 자율주행차 등 기술 개발을 위해 외국인 1명을 국내 연구소 임원으로 영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정규직이 8720명이고, 해외 매출이 25조원에 달하는 거대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일하는 2번째 외국인 임원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선도적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핵심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글로벌 부품 업체를 표방하는 현대모비스의 본사 외국인 임원이 단 2명에 그치는 폐쇄성이 놀랍기 때문입니다.

최근 자동차 시장 키워드는 '개방과 협력'입니다.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자동차가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되는 것), 카셰어링 등 핵심 기술을 놓고 기존 자동차 업체, IT 업체, 배터리 업체 등 다양한 업종이 섞이고 융합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ZF가 2014년 미국의 전장(電裝) 분야 강자였던 TRW를 18조80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 3월엔 미국의 인텔이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17조6000만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특별한 인수 합병이나 기술 제휴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죠.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도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 문화가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모기업인 현대차그룹도 다른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IT 업체 등과 활발히 협업하는 것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타 업체들과의 협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닮았다는 것입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에 수직 계열화된 부품 회사입니다. 전체 매출의 70%가 현대·기아차 납품에서 발생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매출을 현대차그룹에 의존하다 보니 R&D 투자도 적고, 공격적 인수 합병이나 해외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현대모비스의 작년 연구 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의 1.8%(6957억원)에 불과합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기술력 전쟁터입니다. 지금이라도 현대모비스가 폐쇄성과 순혈주의를 버리고, R&D 투자 확충과 함께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으로 기술력 있는 '수퍼 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