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잡는 나노입자를 개발, 치사율이 31%에 달하는 패혈증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현택환 단장(사진)과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연구진은 항산화, 항염증 작용이 탁월한 '세리아-지르코니아' 나노입자를 합성해 패혈증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화학분야 국제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패혈증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으로 인한 염증에 신체가 과민반응할 때 생긴다. 발열과 호흡곤란, 백혈구 수치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하며 환자 치사율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국내 패혈증 환자 사망률은 약 31%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사망률인 9%보다 훨씬 높다.

문제는 패혈증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항생제나 항진균제 투여, 수액 공급, 혈압 유지 등 동시다발적인 조치가 최선이다. 특히 패혈증 치료는 활성산소에 의한 전신 염증 유발을 조기에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활성산소는 호흡할 때 체내로 들어간 산소가 대사과정에서 산화될 때 만들어지며 생체 조직을 공격하는 등 세포를 손상시킨다.

패혈증에 걸리면 활성산소가 과하게 생기고 염증 과민반응이 일어나 신체 조직이 괴사하고 장기가 손상된다. 연구진은 체내 활성산소 농도를 낮추는 동시에 염증을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세리아(산화세륨) 나노입자가 갖는 항산화 기능에 주목했다.

이 나노입자는 동물실험으로 뇌출혈이나 알츠하이머병 등에 대한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세리아 나노입자가 지르코늄 이온과 결합하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세륨 3가 이온의 비율이 약 2배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세리아-지르코니아의 생체독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노입자의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연구를 통해 만든 세리아-지르코니아 나노입자를 급성 패혈증이 생긴 실험쥐에 투여하자 장기 손상이 줄어들어 감염 2주 내에 생존율이 약 2.5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입자인 세리아-지르코니아는 단 한번 체내 주입으로 반영구적인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 및 해외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사진)는 "나노기술을 의학에 활용하려면 각 분야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수요가 많은 임상 분야에 나노 기술을 적절히 접목시킨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