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이나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인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LNG 발전이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 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미세 먼지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많이 나오지만, 미세 먼지 못지않게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 먼지는 상식과 달리 LNG 발전에서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대신에 LNG 발전 비중을 현재 18.8%에서 2030년까지 37%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내외 연구에서 LNG 발전은 같은 열량의 석탄 발전에 비해 연소 시 기체 상태로 발생하는 초미세 먼지가 2.35~7.6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초미세 먼지는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보다 작은 오염물질로 호흡기는 물론이고 피부로도 침투가 가능해 폐와 심장 등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은 우라늄 핵분열에서 나오는 열로 전기를 만들므로 초미세 먼지가 나오지 않는다.

황일순 교수는 국내외에서 조사한 연료별 미세 먼지 배출량을 같은 열량을 낼 때 배출량으로 환산했다. 이를테면 석탄 1t을 태우는 것은 같은 에너지를 내는 LNG 755㎥를 연소하는 것에 비교했다. 먼저 지난해 10월 국립환경과학원 공부주 박사 연구진이 한국대기환경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체 상태로 배출됐다가 공기 중에서 식어 입자가 되는 이른바 '응축성 초미세 먼지(CPM·Condensable Particulate Matter)'는 LNG를 태우면 석탄보다 2.35배 많이 발생했다.

LNG 발전에서 나오는 응축성 초미세 먼지는 질소산화물이 대부분이었다. 질소산화물은 기체 상태로 배출됐다가 섭씨 50도 이하의 공기에서 응축돼 초미세 먼지가 된다. 황 교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에도 LNG가 석탄보다 응축성 초미세 먼지를 7.60배 많이 배출한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공부주 박사는 "입자 형태의 미세 먼지는 석탄 화력발전소에 설치된 필터로 걸러내게 하지만 LNG 발전소에서 나오는 응축성 초미세 먼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는 실정"이라며 "발전소의 환경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때 응축성 초미세 먼지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경과학원 연구에서 입자 형태의 미세 먼지 배출량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석탄이 LNG보다 2.28배 많았지만, 입자와 기체 상태를 모두 합한 전체 미세 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LNG가 유연탄보다 2.18배 많았다. 응축성 초미세 먼지를 감안하면 LNG 발전이 석탄 화력발전보다 환경에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황일순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환경과 건강에 대한 영향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탈원전, 탈석탄 발전 정책을 위해 무조건 LNG 발전을 확대하면 오히려 국민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