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층 아파트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하고 있는 것인데,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등으로 재건축 사업엔 걸림돌이 많아진 반면 정부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기본 골조를 두고 고치는 리모델링은 정부 공약 사업인 도시재생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의 리모델링 후 예상 모습.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현대맨숀) 리모델링 조합은 이달 22일 분담금과 지분 변동 등의 내용이 담긴 권리변동계획안을 승인하는 내용의 총회를 연다. 손몽호 현대맨숀 리모델링 조합 사무국장은 “진행 중인 서울시 경관·건축심의 등이 끝나면 권리변동계획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맨숀은 올해 안에 행위허가를 받고 내년 4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 행위허가에 필요한 전체 동의율 75%, 동별 동의율 50%를 지난 3월 이미 충족했다.

현대맨숀은 현재 최고 15층에 8개 동 653가구로 기존 용적률이 263%나 돼 재건축이 불가능해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은 가구별로 15%씩 면적을 늘리고 추가된 97가구를 일반에 분양할 계획이다. 2015년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됐다.

최고 15층인 강서구 등촌동 부영아파트는 지난달 29일 강서구로부터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712가구 전부 남향에, 전용 80㎡으로 면적이 같아 사업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은 3개 층을 수직으로 증축해 100여가구를 일반분양하고, 일부 가구는 3베이(bay·방과 거실이 발코니 쪽으로 배치된 수) 및 세대분리형으로 평면을 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종신 부영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은 “기존 용적률이 210~220% 정도로 높은 편이라 리모델링이 효과적”이라며 “올해 안에 건설사와 설계사가 짝을 지어 입찰하도록 해 한 번에 두 곳을 선정한 후 1차 안전진단 등 다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15층짜리 서울 옥수동 극동아파트는 이달 20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현장 설명회에선 포스코건설과 대림산업, 쌍용건설이 참여했다. 리모델링 조합은 3개 층을 증축해 늘어난 135가구를 일반에 분양할 계획이다.

리모델링은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시공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서울만 보더라도 사업을 마친 단지는 14곳, 2400여가구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도시의 기본 틀은 두고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여기에 속하는 리모델링 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단지 외에도 오금 아남과 신정 쌍용, 둔촌 현대 1·3차, 길동 프라자, 송파 성지, 개포 대치2 및 대청, 잠원 한신로얄 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