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달 말 네이버페이 신용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기프트카드도 내놓기로 하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공식적으로는 오픈마켓 등 이커머스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소상공인을 위해 무료 개방한 온라인판매 플랫폼 ‘스토어팜’에 결제수단인 ‘네이버페이’가 합쳐지면 사실상 오픈마켓 사업 구조가 탄생한다는 게 이커머스 업계의 판단이다. 간편결제 네이버페이가 스토어팜 혹은 쇼핑 검색 광고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결제 시 판매자로부터 판매대금의 2%를 수수료로 받는다. 한 오픈마켓업체 관계자는 “플랫폼 수수료를 받지 않고 결제수단(네이버페이) 수수료를 받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사업 모델은 누가 봐도 오픈마켓”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4년 오픈마켓 ‘샵엔’을 출범했다가 중소 온라인몰 시장을 붕괴시킨다는 지적에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네이버 분당 사옥

네이버는 “이커머스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증권가는 이미 네이버를 하나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에 따라 네이버 관련 시장 점유율을 최소 8%에서 최대 17%로 추산한다.

◆ 신용카드 등 잇따라 출시…2019년 이커머스 점유율 30% 관측도

네이버는 지난달 29일 신한카드와 손잡고 네이버페이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며칠 만에 이미 상당한 발급 실적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발급 건수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네이버페이 신용카드는 네이버페이 결제 시 결제액의 최대 4%를 포인트로 되돌려준다. 또 네이버페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어디에서 쓰든 결제대금의 최소 1%를 돌려준다. 다른 포인트 적립형 카드에 비해 적립률이 높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는 게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네이버는 또 네이버페이 기프트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사전 예약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네이버에서 ‘기저귀’로 검색하면 쇼핑 화면이 뜨고 다수 판매 상품에 ‘네이버페이 결제’ 아이콘이 붙어 있다.

네이버페이는 2015년 6월 등장 당시부터 이커머스 업계를 뒤흔들었다. 네이버페이로 스토어팜 내 상품 결제가 쉬워지면서, 이용자들이 네이버와 연동된 G마켓, 11번가, 위메프 등 타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네이버 내에서 결제한 건수가 많아졌다. 네이버페이가 매해 쑥쑥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네이버쇼핑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46.4%,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108.1% 증가했다. 올해 예상 결제액은 8조원 안팎이다. 네이버페이 결제액만 오픈마켓 2위 사업자 11번가 거래액 규모와 비슷하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페이 결제액만 따졌을 때 1분기 네이버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8.2%로 전년 대비 3.5%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네이버 이용자가 모두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점유율은 이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삼성증권은 네이버 점유율을 17%로 추정한다. 쇼핑 관련 매출이 네이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 정도다. 삼성증권은 또 2019년이면 네이버의 이커머스 점유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스토어팜에 입점해 있는 판매자는 10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1위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은 모두 합쳐 20만개 가량이다.

네이버페이 기프트카드 예약 화면

◆ 업계 “등장 즉시 시장 평정된다” 우려…네이버는 “이커머스 사업할 생각 없어”

이커머스 업체들은 네이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가 이커머스를 본격화하면 경쟁자들의 매출 급감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네이버가 진출하는 즉시 평정될 것으로 본다”면서 “아직 수익 창출이 어려운 온라인 쇼핑업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커머스 기업으로부터 인수 의사를 타진 받았는데 네이버 등 경쟁력이 월등한 기업이 많다고 보고 포기했다”면서 “언젠가는 네이버가 어떤 형태로든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진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맨 처음 네이버페이는 현금 결제가 필요한 펜션 등 사업자를 위해 구상하게 됐다”면서 “네이버페이나 스토어팜은 이커머스 진출을 염두에 두고 도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