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 동향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시사했다. 지난달 12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취임 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 언급한 데 이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거론한 것이다.

이 총재는 4일 경제전문가들을 한은으로 초청해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초(超)저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로 이어진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한은도 주요국 통화정책 추이, 글로벌 자금 이동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지난달 밝혔던 '금리 인상 가능성' 입장을 이날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금리 인상과 동시에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밝혔다. 이대로 된다면 올해 안에 한국 기준금리(연 1.25%)가 미국보다 낮아지면서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이 총재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최근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 "국제 금융시장에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흥국 입장에서 확실한 대비 태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증가, 글로벌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의한 금융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