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정보 기반 본인 인증 수단인 지문인식이 스마트폰을 넘어 PC와 키보드, 노트북 등 IT(정보기술) 기기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도 가세해 지문인식 신용카드 개발에 나서며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문인식은 기존 잠금 해제나 개인정보 보호용으로 쓰던 수준을 넘어 결제 수단이나 공공기관·기업의 내부 시스템 접근을 위한 인증 수단으로 쓰임새가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동부하이텍·크루셜텍 등 국내 기업들은 지문센서 관련 제품군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키보드·신용카드로 확대되는 지문인식 장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15일(현지 시각) 스웨덴 핑거프린트카드(FPC)의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한 키보드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문인식 센서를 자판 오른쪽 'Alt' 키 옆에 자판처럼 만들어 추가했다. 미리 등록한 손가락으로 키를 누르면 인증이 끝난다. 스마트폰용 지문인식칩 선두권 업체인 FPC는 "일반 자판에 지문인식 센서를 넣은 최초의 키보드"라며 "PC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트북에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문인식 센서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2017년형 노트북9 올웨이즈와 LG전자 올데이그램은 자판 오른쪽 부분 하단에 지문인식 센서를 넣었다.

①올 연말 마스터카드가 출시할 지문인식 신용카드. ②삼성전자의 지문인식 노트북. ③스웨덴 핑거프린트카드의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 키보드. ④구글이 최근 오피스용 프로그램에 채택한 유비코의 보안키.

PC·노트북에 꽂는 지문인식 보안키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구글은 최근 문서 등 오피스용 프로그램과 구글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의 보안장치로 USB형 지문인식 보안키를 쓰기로 했다. 특히 기업의 시스템 관리자들에게는 보안키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유비코가 만든 이 제품은 개당 18달러(2만원)로 PC에 꽂은 뒤 USB 표면의 작은 원에 손가락을 대면 인증이 이뤄진다.

금융권도 서명·비밀번호를 대체하는 인증 수단으로 지문을 도입하고 있다. 마스터카드가 올해 연말 지문인식 장치가 탑재된 신용카드를 출시할 방침이다. 카드 오른쪽 상단 사각형 스캐너에 손가락을 대면 인증이 되는 방식이다. 지문인식 카드의 경우 수요 측면에서 스마트폰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크레딧스위스는 "글로벌 신용카드 회사 한 곳에서만 카드를 연간 20억~30억장씩 발행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용 지문인식 칩 전체 시장은 스마트폰보다 5~6배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문인식 시장을 잡아라

지문인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지문인식 센서 분야의 선두 업체인 크루셜텍은 지난해부터 지문인식 마우스와 신용카드까지 만들며 제품을 다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유니셈의 자회사인 한국스마트카드는 올해 초 터키에 택시기사 본인 확인용 지문인식 카드 1만4000개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는 지문인식 센서 시장이 2015년 29억4000만달러에서 2022년 88억5000만달러(약 10조1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8.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해온 동부하이텍은 중국 시장을 노리고 지문인식 센서 생산에 뛰어들었다. FPC, 미국 시냅틱스퀄컴이 선점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중국은 모바일 간편결제가 늘면서 200~300달러짜리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지문인식 기능이 들어간다"며 "일부 제조사에 시제품을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지문인식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지문인식 센서 수요가 늘면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연말쯤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