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케이브(man cave). 직역하면 '남성 동굴'이지만, 서양에서는 차고 안쪽 창고 공간으로 남성이 혼자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을 말한다. 여성 발언권이 센 집 인테리어에서 유일하게 남성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만의 아지트로 꾸미는 '맨케이브 인테리어'

국내에서도 최근 고소득 독신 남성 가구가 늘어나면서 '맨케이브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다. 독신남 인테리어가 독신녀 인테리어와 다른 점은 집 안 가득 자신의 취미 생활 물품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벽면에 자전거 10여 대가 붙어 있는 가수 김건모의 집, 방 하나를 피겨(인형 모형)로 가득 채워 놓은 작가 허지웅의 집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독신 남성의 집 크기가 전용면적 60~99㎡(약 18~30평)이기 때문에 그 공간을 자신의 욕심 대로 채우면 '상점'이나 '창고' 같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식탁·소파·침대 등 기본이 되는 제품은 흰색이나 남색, 검은색, 회색 등 무채색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한샘의 제노바 리클라이너 소파. 최근 혼자 사는 고소득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서양 남자들의 아지트인 ‘맨케이브’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다.

임대선 까사알렉시스 실장은 "남자들의 취미 활동인 피겨나 스포츠 장비 등은 알록달록한 원색이 많은데, 식탁이나 소파 등 큰 가구까지 원색으로 하면 집 안 전체가 정신 없어 보인다"며 "검은 선반 위 아이언맨 인형 모형, 흰 벽면에 붙은 스케이트 보드 같은 방식으로 집을 꾸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까사알렉시스 제품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셀린느 선반'은 186만원, 식탁은 198만~328만원 선이다.

121년 된 가구 브랜드 위트만도 오스트리아 가구답게 '절제미'가 돋보인다. 까사알렉시스 제품이 문신을 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남자 집에 어울린다면, 위트만의 가구는 안경을 쓰고 와인을 즐겨 마시는 남자 집에 어울린다. 선반 하나 가격이 1137만원으로 고가(高價)지만, 장인 한 명이 나무 손질부터 색칠까지 혼자서 다 하고 서명과 함께 판매하는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하나 정도 장만하면 아깝지 않다.

아무리 집을 멋지게 꾸며놔도 바닥에 양말과 바지가 널려 있다면 '칙칙한 자취방' 느낌밖에 나지 않을 것이다. 까사미아는 넥타이, 모자 등 다양한 품목을 공간을 나누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수납장 '빌드'를 추천했다. 옷의 양에 따라 수납장을 추가로 구입해 붙이거나 뺄 수 있는 형태로, 결혼해 이사할 경우 그대로 들고 갈 수 있다.

①베르판의 VP글로브 조명. ②스타필드 하남의 일렉트로마트. 각종 피겨 제품들이 가득하다. ③맨케이브 인테리어의 대명사 '까사알렉시스' 가구들. ④공간 제약 없이 실내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기 HTC 바이브(VIVE). ⑤퍼시스의 '인에이블 모션데스크'. ⑥까사미아의 '빌드 수납장'. ⑦수작업으로 제작된 블루투스 스피커 '붐박스'.

요즘 고소득 독신남들은 멋진 바(bar)에서 술을 마시기보다는 집을 멋지게 꾸며 혼자 술을 마시거나 친구나 연인을 집으로 초대해 시간을 보낸다. 연인이 집으로 놀러 왔을 때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법. 그렇기 때문에 집안 분위기를 좌우하는 '조명'은 제대로 된 제품을 하나 구입하는 것이 좋다. 덴마크 가구 베르판의 조명은 불이 꺼져도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다.

이제 기본 인테리어를 해놨으니, 그 안을 채울 차례다.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일렉트로마트는 스피커, 인형·자동차 모형, 맥주 냉장고, 드론 등 남자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남성들을 위한 휴대용 스피커는 20만원대로 어느 장소나 어울리는 원목 제품부터, 영국 국기가 그려진 제품까지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인터넷쇼핑몰 11번가에서는 레고와 자동차를 모두 좋아하는 남자들을 위한 '레고 포르셰' 제품을 40만2000원에 팔고 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복고풍 오락기도 10만원에 살 수 있다. 초등학교 동창들을 집으로 불러 오락기를 보여주면, 그들의 입에서는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 것이다.

퇴근하고 편안한 의자에서 맥주 한 캔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남자 주인공 조이와 챈들러가 사랑한 의자. '리클라이너(등받이가 뒤로 넘어가는 안락의자)'다. 혼자 사는 남자들의 환상 중 하나가 퇴근하고 집으로 와 안락의자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며 TV를 보는 것이다. 최근엔 안마 기능 등이 포함된 리클라이너도 많이 출시된다. 한샘에서는 최근 리모컨으로 등받이가 조작되는 제품을 내놓았고, 리바트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쪽에 USB 인식기를 장착한 제품을 내놨다.

리클라이너나 안마의자를 사기가 부담스럽다면 일반 소파에 앉아 브레오의 목·어깨 마사지기(23만8470원)를 사용해 마사지를 해도 좋다. 한의학의 경락을 접목해 시원한 지압 효과가 있다. 소파 옆에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버드와이저 맥주 냉장고(19만9000원)'를 두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바로 꺼내 마신다면, 진정한 남성들의 '아지트'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