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경기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LG전자 칠러(chiller·대형 냉방기) 공장 생산동. 가로 202m, 세로 143m에 이르는, 축구장(약 7000㎡) 4배 넓이 생산동에 들어서자 망치로 철판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접 마스크를 쓴 작업자들이 불꽃을 튕겨가며 철판을 이어붙이는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5개로 나뉜 생산 구역에는 수십 ㎏짜리 부품부터 50t에 이르는 완제품을 실어 나르기 위한 크레인이 31대 설치돼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생산 직원들이 늘어서 작업하는 보통의 전자 공장과 달리 작업 형태부터 거대한 완제품의 규모까지 이색적이었다.

지난해 말 생산 능력 2배로 확대

칠러는 차가운 물을 이용해 시원하게 만든 공기를 천장의 공기 배출구로 내뿜는 대형 냉방 장비를 말한다. 발전소, 쇼핑몰, 공장, 빌딩 등 한 번에 넓은 공간을 냉방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지난 27일 경기 평택에 있는 칠러 공장에서 LG전자 작업자가 로봇을 이용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용접 공정에 올 3월부터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평택 칠러 공장은 B2B(기업 간 거래) 에어컨 시장 공략에 나선 LG전자의 전초 기지다. 칠러 부문은 지난해 매출 3500억원을 기록하며 B2B 에어컨 사업에서 20% 비중을 차지했다. 회사는 칠러 부문에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2011년 칠러를 생산하던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2000억원을 투자해 평택에 신공장을 짓고 연간 500대였던 생산 능력을 연 1000대로 확대했다. 전북 전주에 있던 기존 공장보다 넓이는 2.5배로 넓어졌고, 신기술 적용과 성능 평가를 위한 전용 공간인 연구시험동도 새로 마련했다. 박영수 칠러사업담당 상무는 "평택항이 가까워 수출하기도 편해졌다"며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생산기술원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현장과 연구진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 1년간 생산기술원과 공동 개발한 자동 용접 로봇은 3개월 시험 운전을 거쳐 올 3월부터 현장에 배치됐다. 고명해 칠러생산팀장은 "철판이 두껍거나 용접 부위가 넓어 오래 걸리는 작업에 주로 쓰인다"며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칠러 시장 세계 정상권 노려

800억달러(약 91조원) 규모인 전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칠러는 140억달러(약 16조원)를 차지한다. 글로벌 3대 업체인 미국의 트레인·요크·캐리어가 시장을 삼분(三分)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LG전자는 한국산 가전제품 선호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UAE 등 중동·아프리카를 비롯해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등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이상민 B2B 해외영업담당 상무는 "칠러 사업을 확대하면서 시스템 에어컨으로는 공략하기 어려웠던 대형 상업시설이나 공장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노리겠다"며 "기술력으로는 이미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12년 글로벌 3대 업체와 경쟁 끝에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올 들어서는 3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수크와산빌리지 상업지구 프로젝트, 4월 베트남 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국내에서도 아시아 최대 규모 쇼핑몰인 경기 스타필드하남과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납품했다.

박영수 칠러사업담당 상무는 "칠러는 판매뿐 아니라 설치와 유지·보수 같은 서비스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장비"라며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곳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공략해 세계 정상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러(chiller)

냉매로 차갑게 만든 물을 층마다 있는 공조기로 보내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냉방 장비. 대형 공장, 대형 쇼핑몰, 빌딩 등에 주로 쓰인다. 칠러는 중앙집중식으로 천장의 공기배출구에서 찬 바람이 나오기 때문에 쇼핑몰, 공장과 같이 넓은 면적을 한 번에 냉방하기에 좋다. 반면 개별 공간마다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에어컨은 사무실 등 구분된 공간에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