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개장의 기세를 타고 잠실 상권에 빌딩 매물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올해 4월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되면서 주변 상권이 좋아지고 유동인구도 늘었지만, 그 약발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빌딩주들이 ‘몸값’ 비쌀 때 건물을 처분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는 것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NPS코크렙1호’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소유의 시그마타워와 RAK자산운용이 소유 중인 한빛플라자가 최근 매물로 나왔다. 이 두 건물은 모두 지하철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 역세권에 있는 건물들로 롯데월드타워와 가까이 있다. 시그마타워 근처에 있는 삼성생명 소유의 삼성생명 잠실빌딩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7-19번지 시그마타워(왼쪽)와 7-22번지 삼성생명 잠실빌딩(오른쪽).

잠실 시그마타워는 송파구 신천동 7-19번지에 있는 연면적 6만8636㎡짜리 오피스 빌딩이다. 잠실역 8번 출구를 나가면 바로 보이며, 지하 7층~지상 30층이다. 건물 주요 임차인으로는 (주)한라가 있다. 국토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라는 2006년 이 건물을 국민연금에 880억원에 팔고 임차해 쓰고 있다.

신천동 7-17번지의 한빛플라자는 잠실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다. 과거 교보생명 부동산 운용 인력들이 주축이 된 RAK자산운용이 구분 소유 중이다. 지하 6층~지상 22층, 연면적은 3만9849㎡다. JLL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그마타워 옆 삼성생명 잠실빌딩은 잠실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이 빌딩은 아직 매각 목록엔 오르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올해 말 또는 내년 쯤 매물로 나올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RBC비율(보험금 지급여력비율) 강화 문제로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을 처리하고 있는데 삼성생명 잠실빌딩 매각설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생명 태평로 본사와 서초구에 있는 강남메트로빌딩을 처분했다. 삼성생명은 이미 중심업무지구의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인 종로타워, 수송타워, 마포구 동교동 빌딩은 물론, 경기와 지방 소재 부동산 자산을 잇따라 처분해 왔다.

지난 몇 년간 잠실 일대에선 빌딩 거래가 많지 않았다. 부동산 관리업체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잠실 인근 송파구·강동구의 빌딩 매매 사례는 2012년 3건, 2013년 1건, 2014년 0건, 2015년 2건, 2016년 1건 등으로 적었다.

잠실역 상권이 속하는 송파구 잠실동·신천동 주변만 보면 2012년 한빛프라자가 팔린 이후 빌딩 거래가 된 것은 2013년 잠실향군타워B동이 재향군인회에서 삼성SRA자산운용으로 팔린 경우 단 한 건 뿐이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올해 4월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된 이후 유동인구가 늘고 파생수요가 뒤따르고 있는데, ‘빨대효과’가 일어나기 전에 빌딩을 팔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예전에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생겼을 때 처음에는 유동인구가 늘어 주변 상권도 득을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타임스퀘어가 주변 유동인구를 흡수해 주변 상권이 어려움을 겪게 된 사례를 건물주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