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가지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이팟과 전화, 인터넷입니다. 모두 3개의 다른 장치가 아닙니다. 하나의 장치입니다. 우리는 이 제품을 ‘아이폰(iPhone)’이라고 부릅니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행사장에서 아이폰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아이폰은 같은 해 6월 29일 정식 출시됐다. 올해 아이폰은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행사장에서 아이폰을 소개하고 있다 .

첫 번째 아이폰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전화기가 너무 매끄럽고 얇아서 블랙베리가 두껍게 느껴진다. 엄지와 검지를 유리 위에 펼쳐서 웹 페이지, 이메일, 사진을 확대할 수 있다. 이미지가 마치 ‘라텍스 시트’처럼 자란다”고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아이폰과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의사소통 방식, 산업과 사업 모델을 바꿔놓았다.

◆ 아이폰이 흔들어 놓은 생활 습관·산업 지형

아이폰은 휴대폰 산업을 뒤집었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휴대폰 카테고리가 생겨났으며, 스마트폰은 곧 ‘내 손 안의 컴퓨터’가 됐다. 전화기 전체를 스크린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혁신 그 자체였다.

오늘날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50% 이상을 넘어간다. 미국, 한국 등 정보기술(IT) 강국은 80%를 돌파했다. 아이폰이 시장에 등장한 이후, 애플은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노키아를 무너뜨렸다. 삼성전자, HTC, LG전자 등도 재빠르게 스마트폰 개발에 나서며 스마트폰 진영을 확대해 나갔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바뀐 것은 휴대폰 산업뿐만이 아니다. 아이폰은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전반적인 산업 지형도 흔들어놨다. 사람들은 이제 자판을 누르기보다 스마트폰 속 가상 자판을 ‘터치’한다. 아이폰은 터치스크린을 스마트폰을 비롯해 PC까지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게 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이메일을 읽기 위해 PC 앞에 앉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다. 페이스타임 기능으로 끊기지 않는 영상통화도 가능해졌다.

이제는 가전제품까지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향상되는 스마트폰 부품과 소프트웨어로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은 시장에서 밀려났다. 음식점, 호텔, 비행기 등의 예약과 은행 업무·결제까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아이폰과 함께 애플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앱스토어’는 게임, 교육, 헬스, 쇼핑, 금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350만개가 넘는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제공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10년 전 발표된 아이폰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스마트폰 붐은 새로운 산업 모델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 발전 거듭하는 아이폰...애플 시총 1위까지

2007년 아이폰 제품과 현재 최신작인 아이폰7 시리즈와 비교해서, 아이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은 649달러(약 73만원) 수준에서 969달러(약 11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저장용량은 8기가바이트(GB)에서 256GB로, 디스플레이 크기는 3.5인치에서 5.5인치로, 카메라 화소는 200만 화소에서 1200만 화소 듀얼카메라로 변했다.

일본 도쿄 아이폰 매장에 전시된 아이폰4S

애플은 아이폰 출시 3개월 만에 아이폰을 100만대 판매했다. 이듬해 7월 아이폰 후속인 아이폰3G와 함께 기본 앱 500개로 앱스토어를 시작했다. 앱스토어는 2009년 4월 10억 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애플은 2011년 10월에 아이폰 속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인 ‘시리(Siri)’를 공개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아이폰을 포함해,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 TV 등으로 iOS 제국을 만들었다. 이들 제품은 지금까지 총 17억5000만개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8년에는 20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애플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아이폰을 13억대 정도 판매하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애플 시가총액은 현재 7627억달러(약 865조원) 수준이다. 애플은 지난 5월 미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80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 아이폰이 불러온 논쟁과 앞으로의 진화 방향

아이폰은 여러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5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과 아이폰 잠금 해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미국 법원과 미연방수사국(FBI)이 14명을 숨지게 한 테러범의 아이폰을 조사하기 위해 애플에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하라고 명령했지만,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는 “미국 정부는 애플이 고객의 보안을 위협하는 전에 없는 조처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왔다”며 “우리는 법원 명령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FBI와 애플 간 잠금해제 갈등은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FBI는 애플 협조 없이 130만달러(약 15억원)를 들여 제삼자의 도움을 받아 테러범의 아이폰을 잠금해제했다.

애플 제품을 만드는 폭스콘의 중국 공장 노동자 문제도 큰 논쟁거리였다.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12시간 근무가 반복된 폭스콘 직원들이 연달아 자살한 것이다. 특히 2010년에는 공장 직원 18명이 자살시도를 하고, 이 중 14명이 사망하면서 폭스콘에 ‘자살 공장’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스티브 잡스도 “폭스콘 공장 자살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40만명에 달하는 공장 직원 수를 감안하면 미국 전체 자살률보다 낮다”고 폭스콘을 감싸 논란이 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WWDC 2017에서 발표한 코어ML

또 애플 아이폰7 시리즈에서 없어진 이어폰 단자와 ‘에어팟’, 최근 WWDC 2017에서 공개한 AI 스피커 ‘홈팟’으로 “애플이 추구하는 혁신이 무엇인가”, “혁신적인 애플은 사라졌나”와 같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애플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트레이시 차이(Tracy Tsai) 가트너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다음 경쟁지점은 하드웨어가 아닌 AI에 관한 것”이라고 스마트폰 속 AI 비서를 강조했다. 애플은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다가올 AI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애플은 WWDC 2017에서 다양한 머신러닝 모델을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시킬 수 있는 ‘코어ML’을 공개했다.

코어ML은 심층신경망(DNN), 순환신경망(RNN), 합성곱신경망(CNN) 등 인공신경망과 선형모델, 트리 앙상블을 지원한다. 또 2010년 시리를 처음 인수한 이후, 애플은 래티스 데이터(Lattice Data), 퍼셉티오(Perceptio), 투리(Turi) 등 AI 관련 기업을 연이어 인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