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지정도 빠지는 걸 보니 생각보다 수위가 낮은 거 같네요. 또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살려 둔다고 소득 기준도 뒀지만 자산 기준이 없어 금수저들도 소득만 적으면 서민들이 받을 혜택을 다 받고, 요새 다들 한다는 갭(gap) 투자를 막을 규제도 안 보이고….”

‘6·19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튿날인 20일 오후. 현장 취재차 나간 서울 도곡동의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재건축 투자자는 기자와 공인중개사에게 정부 대책의 문제점과 여파 등을 쏟아냈다.

요지는 이랬다. 이번 대책이 생각만큼 세지 않다는 것과 대책에 구멍이 여럿 보인다는 것이었다.

사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분리해 투기만 골라잡는 해법을 내놓으려고 고심했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은행 대출이 필요한 서민∙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질뿐더러, 심할 경우 부동산 열기마저 꺼뜨려 내수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정부는 서민과 실수요자를 금융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투기만 없애는 나름의 ‘핀셋 규제’를 내놨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가령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수를 1채로 제한한 규제는 여러 재건축 단지에 여러 채를 나눠 가진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1개 단지마다 1주택씩 여러 채를 가진 재건축 조합원은 각 단지에서 1채씩 모두 분양받을 수 있다.

대출 규제의 실수요자 조건에도 소득 없는 자산가들이 포함될 수 있다. 또 전매제한 확대는 이전 ‘11·3 대책’과 비교해봐도 큰 변화가 아니며, 투기과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갭투자를 막을 대응책은 아예 없었다. 오히려 임박해진 LTV·DTI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만 은행 창구로 달음박질치게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사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은 투기세력 때문이며, 이번 6·19 대책은 투기세력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라며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전면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구멍 뚫린 대책은 반드시 이겨야 할 투기와의 싸움에서 힘을 빼 놓기에 충분하다. 구멍 뚫린 대책은 핀셋 규제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