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2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산·학·연(産學硏)’ 협력 또는 제약사와 벤처기업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국적 제약사가 신약의 기초·원천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신약 강국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린 ‘제2차 서리풀 미래약학포럼’에서 “우리나라가 신약 개발의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대한약학회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로,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원희목 회장은 우리나라가 우수한 신약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정책 지원을 마중물 삼아 벨기에와 같은 신약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7000여개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중에서 약 1000개를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국내 제약시장 규모(약 19조원)가 세계 시장의 1.8%에 불과한 것에 비춰볼 때 이는 엄청난 수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기에는 원천징수세 80% 면제 등의 세제 지원과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10여년 만에 명실상부한 신약 강국으로 부상했다”며 “글로벌 상위 30개 제약사 중 29곳이 벨기에에 R&D 센터와 지사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회장은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Opdivo)’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다국적 제약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오노제약이 교토대학과 함께 항 PD-1(면역활동 억제 단백질)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BMS가 이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전략적 협력을 통해 옵디보의 상업화에 성공했다”면서 “옵디보는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산업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I)의 융합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영국 AI기업 베네볼런트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다국적 제약사 얀센은 임상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하는데 AI를 적용해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얀센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임상 2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화이자도 IBM의 AI ‘왓슨 포 드럭 디스커버리’를 이용해 면역 및 종약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해서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왓슨을 활용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암 관련 자료를 분석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병용 요법 연구에도 왓슨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원 회장은 “세계 의약품 시장은 오는 2020년 1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약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자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엔진인 만큼 국내 제약사와 벤처들도 빅데이터와 AI에 기반한 R&D를 준비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투자를 적극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장인 김성훈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기존까지는 제약산업 내에서 큰 기업과 작은 기업,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학교와 제약사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를 이뤘다”면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현실이 됐고, 제약산업에서도 제약사와 IT(정보기술) 기업간의 융복합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