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평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장

LG전자는 지난 11일 전사 소프트웨어 역량과 핵심 기술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전기∙전자 및 자동차부품 기술 전문가인 박일평 부사장을 소프트웨어 센터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센터 산하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신설해 박 부사장에게 전권(全權)을 주며 LG전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보통 조직 개편이나 인사 발표 보도자료에서 신규 임원이 소개될 경우 프로필과 사진을 첨부합니다. 하지만 11일 LG전자(066570)의 보도자료에는 박 부사장의 프로필과 사진이 없었고 그를 영입했다는 사실도 보도자료 맨 하단에 짤막하게 언급했습니다.

박 부사장은 1985년 서울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뉴욕대 교수와 일본 파나소닉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06년 삼성전자에 영입됩니다.

박 부사장은 삼성종합기술원 이노베이션 컴퓨팅 연구소에서 2012년까지 약 6년간 근무했습니다. 당시 그는 인공지능(AI)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SW 연구를 담당했으며 암(ARM) 기반 가상화 기술인 ‘젠(Xen)-ARM’을 개발하고 오픈 소스 공개 활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또 2007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에 ‘STAR(Samsung Georgia Tech Advanced Research) 센터’를 설립해 삼성 소프트웨어 아키텍트(Software architect)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박 부사장은 삼성전자 상무로 근무하던 2012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돼 자리를 옮깁니다. 그가 하만 CTO로 근무하던 4년동안 하만은 급성장했습니다. 이 기간 하만의 특허는 4000건에서 6000건으로 50% 증가했습니다. 또 중국 바이두·패러데이퓨처· 마이크로소프트·인디고고 등 여러 전략적 파트너사들과의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가 올해 1월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공개한 허브 로봇의 모습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했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단번에 자동차 업계 1차 협력사 지위에 오르며, 영업망을 확보했지요. 박 부사장은 하만 CTO 자리를 떠나 LG전자로 자리를 옮깁니다. LG전자 보도자료에서 그의 경력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박 사장이 LG의 오랜 경쟁자인 삼성에서 6년간 일해 왔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LG전자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로봇, 전장부품 등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독자 개발한 딥러닝 기술 ‘딥씽큐(DeepThinQ)’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올 1분기 가전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11.2%를 달성하며 가전의 제왕에 오른 LG전자가 박 부사장의 영입으로 어떤 새 솔루션을 내놓으며 심화하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해 나갈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