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동맹에 참여한 각 회사와 기관의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분율에 따라 경영 참여와 지배력 수준, 생산되는 낸드플래시 물량 확보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와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만큼 민감한 문제다. 이 컨소시엄에 합류한 SK하이닉스는 연합군의 유일한 반도체 기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한 한이일 연합 컨소시엄의 지분구조에 따르면 총 2조엔(약 20조4858억원)이 출자된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는 약 6000억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약 8500억엔이다. 나머지 약 5500억엔 가량은 은행대출이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

◆ 도시바메모리 상장 이후 SK하이닉스 역할 주목

한·미·일 연합은 일본 경제산업성(METI)과 일본정책투자은행(DBJ), 그리고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미국 업체로는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한국업체로는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다.

우선 일본의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가 의결권 있는 보통주 50.1%(약 3000억엔)를 출자해 도시바 메모리를 일본 산업혁신기구의 자회사로 만든다. 또한 일본 정책투자은행이 16.5%(약 1000억엔)를 출자한다. 일본 측이 전체 지분 3분의 2를 확보하면서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경영 방침은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분 33.4%(약 2000억엔)를 가져간다. 베인캐피털이 SK하이닉스에 돈을 빌리는 형태로 SK하이닉스도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에 참여한다.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지분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이나 사업양도 등 중요 사항에 대한 거부권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다.

도시바는 주주총회가 예정된 28일까지 매각 결정을 마무리 짓고 한·미·일 연합과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도시바는 올해 안에 메모리 사업 부문의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한·미·일 연합은 인수 후 2~3년 안에 도시바메모리를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6월28일 주주총회 이전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인수가격 등 최종 협상으로 계약서에 싸인을 할 경우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3월에는 딜이 모두 마무리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점유율 ‘점프’...1위 삼성전자 ‘맹추격'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보이지 않은 실익은 여러가지다. 우선 도시바메모리가 중국 기업으로 팔리는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 또 반도체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경쟁자를 없앴으며 도시바의 제조 기술력을 파악할 기회도 얻게 됐다. 도시바메모리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에서 17.2%를 차지한 2위 업체다.

반도체 업계는 앞으로 3년이 지난 뒤 도시바메모리의 기업공개(IPO)가 추진되는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 내부의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다. 반면 INCJ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IPO를 전후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에 따라 도시바메모리 상장을 전후한 시점에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내 유일한 반도체 기업으로 상장 이후에도 지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WD의 소송과 독점심사는 ‘돌발변수'...폭스콘 “포기못해"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남은 과정이 많다. 가장 큰 변수는 도시바를 상대로 소송을 낸 웨스턴디지털(WD)이다.

지난 2000년 도시바와 협력 관계를 맺은 WD는 도시바의 일본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인 욧카이치 공장 공동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도시바가 자사가 아닌 다른 업체에 반도체 사업을 넘길 것으로 판단한 WD은 지난 4월, 도시바에 독점 교섭권을 요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위치한 웨스턴디지털 본사 전경.

도시바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자, WD는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급재판소에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 중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이르면 내달 중순에 매각 정지 판정이 나온다면 매각 수속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도시바 매각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미국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도시바와 WD가 대립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의 반독점 규제 심사가 장기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도시바는 7000억엔(약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원전 투자 손실에 따른 상장 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

보통 인수합병의 경우 딜(거래)이 종료되기 전에 반독점 심사를 먼저한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SK하이닉스는 각국의 반독점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자금 출자가 아닌 융자 방식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실제 각국 규제 당국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이다.

대만의 홍하이 그룹은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도시바 인수와 관련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고 언급하며 최종 인수기업이 결정 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