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향해 남산 1호터널을 통과한 차량은 퇴계로2가 교차로를 맞이한다. 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최근 독특한 편의점이 들어섰다. 3층 건물 통째를 편의점으로 꾸민 ‘위드미 충무로2가점’이다. 1층은 평범한 편의점이지만, 2·3층은 카페형으로 만들고 옥상엔 ‘루프탑(건물 옥상을 개방형으로 만든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각 층엔 큼지막한 창을 내 건물 어디서든 고개를 돌리면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마트위드미(이하 위드미)는 지난 13일 국내 최초 3층 편의점 서울 충무로2가점을 열었다. 충무로2가점의 콘셉트는 ‘풍경이 있는 편의점’이다. 특별한 조경이나 예술작품을 준비하진 않았다. 남산 밑자락에 자리잡은 만큼 창 밖의 남산이 풍경이 된다.

지난 20일 오전 충무로2가점을 찾았다. 건물의 첫 느낌은 예스러웠다. 편의점이라기보단 대학로 등 구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떠올리게 했다. 점포 입구 앞에선 홍보전단을 나눠주는 손길이 분주했다. 일반적인 편의점에선 1+1 행사 등을 홍보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 나눠주는 홍보전단엔 커피 할인 쿠폰이 붙어 있다. ‘카페형’임을 강조하는 이곳 점포에 비치된 좌석은 총 50석에 이른다.

서울 중구 위드미 충무로2가점 전경.

◆ 편의점이야 카페야?...다트·파우더룸·화장실·루프탑 마련

1층은 평범한 편의점이다. 구색이 잘 갖춰진 직영 편의점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한쪽 구석에 계단이 있다는 것이 특이할 뿐이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자 기존의 편의점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매대를 벽 한 편에 몰아넣고 매장 한가운데엔 탁자와 좌석을 배치했다. 다트 기계도 설치해 여흥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매대엔 도시락을 비롯한 이마트의 피코크 HMR(가정간편식)과 이마트 노브랜드 과자, 라면 등 먹거리가 가득하다. 오븐과 즉석라면 제조기도 비치해놨다. 간편식을 구매해 바로 테이블에 앉아 먹을 수 있는 구조다. 봉지라면 등을 데워 먹을 수도 있다. 계산이나 조리를 위해 1층으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위드미 코엑스 1호점에 처음 도입된 셀프계산기가 이곳에도 설치돼 있어 2층에서도 결제할 수 있다. 위드미 충무로2가점 관계자는 “상주 직원 한 명이 2층에 머물며 소비자의 결제와 제품 조리 등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위드미 충무로2가점의 루프탑에서 바라본 남산의 모습.

3층에선 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층 전체를 카페처럼 꾸몄다. 동전을 넣어 커피를 뽑을 수 있는 커피머신 한 대를 제외하곤 매대 자체가 없다. 개수대와 거울이 준비된 파우더룸에 더해 화장실도 준비했다. 잡지 등 읽을거리도 마련했다. 기자가 방문한 시각은 이른 오전임에도 창가 좌석에 앉아 남산을 바라보며 공부에 여념 없는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옥상 ‘루프탑’으로 올라서자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치된 흔들의자에 앉으니 한숨 낮잠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루프탑엔 흡연실을 준비해놨다. 테이블과 좌석도 넉넉해 저녁엔 불 켜진 남산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하기에 제격일 것 같았다. 점포 직원에게 옥상에서 음주가 가능하냐 묻자 “건물 전체에서 음주는 불가능하다”는 아쉬운 대답이 돌아왔다.

충무로2가점의 주 타깃은 인근 직장인과 외국 관광객이다. 충무로2가점 뒤편엔 외국인들이 주로 머무는 관광호텔이 있다. 점포 관계자는 “저녁에 루프탑에서 남산 풍경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위드미 충무로2가점 3층의 모습. 정면 멀리 분리된 공간이 파우더룸이다. 오른쪽 화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 참신한 직영점 연달아 내는 위드미, 정용진의 점포 확대 비책 주목

위드미는 올해들어 직영점포를 중심으로 상권에 특화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스타필드 코엑스1호점에 셀프계산대, 밥짓는 편의점 등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 별마당도서관을 열어 ‘북카페형 편의점’도 선보였다. 스타필드 코엑스 입구에 들어선 점포엔 김밥전문점 ‘바르다 김선생’을 숍인숍 형태로 배치했다. 현재 위드미의 직영 점포 비율은 4% 수준으로, 1~2%대에 머무는 경쟁사들보다 높은 편이다.

5월 3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 개막식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시도가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한다. 위드미는 지난해 매출 3784억원에 영업손실 3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28억원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 수익은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나온다”며 “구색이 다양해지면 소비자 경험적인 측면에선 좋을지 몰라도 수익으로 직결된다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위드미 관계자는 충무로2가점의 수익성 여부에 관해 “수익성보단 다양한 시도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점포를 열게 됐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한달 안에 위드미 점포수를 늘려갈 수 있는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미니스톱 인수 등 M&A(인수합병)가 아닌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드미의 현재 점포수는 2100여개로 편의점 업계 선두주자들에 크게 뒤진다. 지난 4월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 개수는 CU 1만1454개, GS25 1만1422개, 세븐일레븐 8764개, 미니스톱 2384개 순으로 위드미는 5위로 최하위다. 편의점업계는 위드미의 변신에 관해 숍인숍, 사명 변경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