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10명의 전문가 중 8명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보합세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본지가 20일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과열 지역의 LTV(주택담보 인정비율)·DTI(총부채 상환비율)를 10%포인트씩 내리기로 했다.

이미 전반적 하락세인 지방 시장에는 세종·부산 등을 제외하고는 손을 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이 서울 집값을 잡기엔 약하지만, 시장에 예견된 악재(惡材)가 가득해, 이와 맞물리면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 "서울 집값, 대책에도 내리진 않아"
우선 서울은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에도 '집값과 전·월세 모두 내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매매가에 대해선 8명이 '소폭 상승'(4명) 또는 '보합'(4명)을 선택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집값을 떨어뜨리고, 투기를 막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대책은 다주택 ‘갭투자’와 강남 재건축 투자를 전체 시장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고 보고, 그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만 차단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소폭 하락’을 예상한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6·19 부동산 대책이 분명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며, 그 효과가 최소 3개월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월세에 대해선 7명이 ‘소폭 상승’을 찍었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항상 거주 수요가 많은 데다, 최근 곳곳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재건축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도 많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재건축 철거에 따른 이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이주 수요가 몰리는 곳에서 전·월세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에 대한 전망은 ‘소폭 상승’(4명)과 ‘보합’(3명), ‘소폭 하락’(3명)이 팽팽했다. 다만 거래량은 줄어들 것이란 의견(6명)이 많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재건축은 일반 분양 물량이 많지 않고,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도 여전히 많다”며 “특히 자산가들은 LTV·DTI 등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돈이 풀렸을 때 가장 크게 오르는 강남 재건축은 반대로 돈을 조이면 가장 충격을 받는 곳”이라며 “폭락까지는 아니지만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에서 분양 중인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투자자들이 청약접수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6·19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에서 제외된 오피스텔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 "추가 대책, 입주량, 금리 인상 등 대기 중"
서울 강북에 대해선 '소폭 상승'(4명)과 '보합'(4명)이 엇갈렸다.

김덕례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기대감이 아파트값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는 “강북은 실수요자 시장이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소폭 하락’을 예상한 이남수 팀장은 “강북도 이미 많이 올랐다”고 했다.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하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전문가 중 7~8명이 매매가와 전·월세 모두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악재에 주목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 입주량 증가 등이 기다리고 있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이번 대책이 아니라 8월 나오는 가계부채 대책의 수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그때 고강도 대책이 나온다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건설·부동산 약세' 전망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자 건설 업종의 주가도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부동산대책 발표 당일이었던 19일 건설업종 주가는 0.69% 하락했으나 20일에는 '2.35% 하락'으로 그 폭이 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부동산 정책 자체보다 정부가 계속해서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부동산 정책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투기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대출·조세 규제를 내놓을 경우 전반적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악화되면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강북지역 재개발 사업이나 정부 주도형 공공임대 주택사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