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300C 경유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하는 ‘혼유 사고’를 유발하고 보험금 6억2000만원을 챙긴 일당 20명을, 금융감독원이 적발해 지난 4월 경찰에 넘겼다. 이들은 300C의 연료 주입구가 일반 경유차량에 비해 작아 휘발유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경유차량을 끌고가기 전 공범 한명이 먼저 주유소에 가서 300C 휘발유차량으로 기름을 넣으면서 주유원에게 이 차종을 휘발유 차량으로 인식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능적이었던 이들의 행각은 금감원의 첨단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에 의해 꼬리를 잡혔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혼유사고가 수상쩍다고 판단,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Insurance Fraud Analysis System)을 작동시켰다. 2004년 도입된 IFAS는 금감원에 집합된 보험 계약과 사고 정보, 보험금 지급 내역으로 보험사기 혐의자를 추출해내는 시스템이다.

당시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IFAS로 1년동안 혼유사고 3회 이상, 미수선수리비(수리를 하는 대신 돈을 받는 것) 1회 이상 수령한 18명(사고 62건)을 추출했다. 혐의자 18명 중 10명이 경기도 S시에 거주한다는 점에도 착안해 추가로 2명의 혐의를 입증했다. 사고들 간의 관련성과 관계 분석 기법을 통해 공모자를 색출하는 IFAS의 ‘연계분석시스템’ 덕이었다.

지난해 신설된 보험사기 대응단은 이처럼 지능화·조직화하는 보험사기에 대응하는 조직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대응단을 이끄는 김동회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을 만났다. 금융 당국이 2015년 4월 보험사기를 ‘척결해야 할 5대 금융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한지 2년만이다.

김동회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

김 실장은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에는 놓쳤던, 보험금을 노린 범죄를 적발해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예전처럼 보험사의 보험금이 ‘눈먼 돈’으로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해마다 보험사기로 적발되는 금액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0억원 정도 늘었다.

그는 “최근 보험사기 트렌드는 보험사기 적발액 중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절반 이하(45%)로 떨어지고 장기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이라면서 “자동차보험 적발액이 줄어든 것은 아니고, 장기손보와 생보에서 발생한 범죄 적발액의 증가세가 더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블랙박스, CCTV 등의 영향으로 예전에는 못 잡아냈던 사건들을 이제는 잡아낼 수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보험범죄 행위 가담 이력을 금융감독원에서 수집해 수사기관과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보험금 편취 시도는 이제 어느 정도 억제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당국은 올해는 비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바지사장을 내세워 허위 입·퇴원 등 보험사기를 방조하는 ‘사무장병원’을 기획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사무장병원을 통한 보험사기는 뿌리뽑기 어렵다. 김 실장에 따르면 수사권이 없는 금감원이 허위 입원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쉽지 않고, 만약 검거해 유죄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금세 또다른 병원을 설립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사무장병원을 통한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가 보험사기 전력이 있을 경우 병원을 새로 설립할 때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방법 뿐”이라면서 “사무장 병원 관련 범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앞으로는 병원 설립 허가를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상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을 개설하려면 시·도지사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9월 30일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효과에 대해 김 실장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 법에 따라 기소가 된 사례는 아직 없다”면서도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받는 처벌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소개되기 때문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특별법 시행 만 1년을 기준으로 보험사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법 제정으로 생기는 변화를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과도한 보험가입 억제, 보험사기 가능성 높은 계약 상시감시, 공모자간 연계성 분석(SNA·Social Network Analysis) 등 3중 레이더망을 고도화해 보험사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조직적이고 지능화하는 보험사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