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아트포레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 모델하우스는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로 북적거렸다. 지난 16일 문을 연 이곳엔 주말 포함 사흘 동안 1만6000여명이 몰렸다. 분양 관계자는 "실제 투자를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는 수요가 많았다"면서 "정부가 곧 집값 대책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오피스텔 시장은 별로 위축된 모습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 같은 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월요일부터 일주일째 사무실 문을 닫은 상태"라면서 "정부가 강남 재건축 집값을 잡으려 한다는 소식에 매수 문의는 끊겼고, 집을 내놓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개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호가(呼價)가 3000만~4000만원 정도 내렸다. '부동산114'는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0.32% 올라 1주일 전 상승률(0.7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극과 극'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거래가 실종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발급 중단으로 신규 분양을 준비하던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주택시장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피스텔 시장은 투자 열기가 여전해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규제 예고에도 오피스텔 청약 열기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가 임박하면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애초 14일로 예정됐던 경기도 하남시 '힐스테이트 미사역' 오피스텔 당첨자 발표를 사흘 연기해 17일 진행했다. 이 오피스텔은 2011실을 일반에 공급했는데 청약 접수에 9만1771명이 몰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청약신청서, 입금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려 당첨자 발표 일정을 늦췄다"고 설명했다. 청약금은 주택형에 상관없이 모두 100만원으로, 약 920억원이 일시에 몰렸다.

GS건설이 최근 경기도 안산에 분양한 '그랑시티자이 2차' 오피스텔 498실도 평균 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면적 84㎡의 오피스텔은 1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의 오피스텔 분양 인기는 '풍선 효과'라는 분석이다. 오피스텔은 청약 통장이 없어도 분양이 가능한 데다 분양권 전매 등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오피스텔로 쏠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시중 자금의 '부동산 쏠림' 막아야

최근 서울의 집값 오름세는 오랜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이 몰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시장 과열 원인에 대해 "시중에 유동자금이 많이 풀렸고, 대선 이후 관망하던 투기 수요가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시중 자금의 부동산 쏠림을 막기 위해 LTV(주택담보 인정비율)와 DTI(총부채 상환비율)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출 규제로 돈줄을 죄면 강남권 재건축처럼 투자 수요가 많이 몰리는 지역의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부동산 규제책 마련에 관여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DTI 규제를 더 일찍 앞당겨서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드는 돈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참여정부가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적기도 했다.

금융규제만으로 집값 잡기 어려워

그러나 LTV·DTI 규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수차례 LTV·DTI를 강화했다. 2005년 8월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DTI를 처음 도입했고, 2006년 11월엔 투기지역 내 모든 아파트 담보 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34%,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7%나 올랐다. 김수현 수석 역시 저서를 통해 “금융규제는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노무현 정부는 규제 정책만으로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수도권 2기 신도시 건설 등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렸다”면서 “금융 규제와 공급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최근 집값 급등은 일부 지역에서의 국지적 현상”이라며 “미국발 금리 인상과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 등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많은 것을 감안해 신중한 정책을 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