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들이 1000만개의 유전자 변이 케이스를 모두 분석할 시간이 없지요. 수많은 전문가들이 몇 주 동안 걸리던 일을 왓슨을 통해 어디서든 5분 안에 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전세계에서 소수만 가능했던 전문 지식을 더 많은 사람이 접하게 되는 일종의 민주화(democratizing)인 겁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로브 메르켈(Rob Merkel) IBM 왓슨 헬스 온콜로지 앤드 지노믹스 리더(Watson Health oncology and genomics leader)(사진)는 "현재 왓슨에게 암세포의 유전적 변이와 케이스들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중 1000만개 혹은 그 이상의 변이 케이스를 모두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방대한 의학 문헌, 의약품 정보,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인 ‘왓슨 포 지노믹스’는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식별해 암 전문의가 환자의 개별 치료에 반영하도록 지원한다.

IBM은 20여 곳의 주요 암 연구소와 협력해 왓슨 포 지노믹스의 기술을 시험·검증했다. ‘국가 암 혁신 과제(National Cancer Moonshot Initiative)’의 일환으로 미국 재향군인의료원이 왓슨 포 지노믹스를 쓰고 있다. IBM은 일루미나(Illumina),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정밀의학도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암환자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보다 암과 종양의 유전자 변이를 추적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처방을 찾아내는 ‘왓슨 포 지노믹스’가 일선 병원에 더 유용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건앙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이 ‘왓슨 포 온콜로지’를 잇따라 도입했고, ‘왓슨 포 지노믹스’의 경우 부산대병원이 최초로 도입하고 있는 상태다. 다음은 로브 메르켈 리더와의 일문일답.

一 왓슨 포 지노믹스가 어떻게 유전자 변이를 추적하는 것인지 그 시스템을 설명해달라.

“우선 DNA 염기서열결정 결과물을 입력해 분석을 시작한다. 먼저 종양을 주도하는 변화점이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어 종양의 분자 프로필을 분석한다. 분자 프로필이 있으면 종양의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그 다음 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선택 사항을 제시한다. 우리는 왓슨의 이 3가지 기능을 ‘해석 서비스’라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건강한 조직과 암세포 사이의 DNA 변화를 일으키는 각종 변종 관련 파일을 얻게 된다.”

一 왓슨 포 지노믹스의 정확성은 입증됐나?

“현재까지 왓슨 포 지노믹스는 대략 500개의 유전자를 분석하는데 99%의 정확도를 갖고 있다. 최근 의미있는 내용을 담은 연구가 있었다. 앞서 미국 노스케롤리나 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의 라인버거 암센터 측이 종양위원회를 거쳐간 환자들의 케이스 1022개를 IBM에게 제공해줬다.

해당 종양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10~20명이 되는 전문 의사들과 연구진들이 한곳에 모여 환자들의 케이스를 보고 치료를 어떻게 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모일 수 있는데는 물리적 제약이 있다. 환자가 운좋게 진단을 받을 수 있어도 4주~ 8주까지 기다려야했다. 1000명의 환자가 이러한 절차를 거쳤다. 이 케이스들을 왓슨 포 지노믹스에 입력해봤다. 그 결과 첫째, 4주~8주까지 걸렸던 진단 과정을 왓슨은 5분만에 해결했다. 둘째, 왓슨이 노스케롤라이나 종양위원회가 내린 결정과 99% 일치했다. 또 300건이 넘는 경우에서는 의사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가적인 임상 옵션을 왓슨이 찾아냈다.”

一 현재 왓슨 포 지노믹스를 도입한 기관들은 전세계에 몇 곳이나 되나.

“최근까지 병원, 실험실 등 14개의 단체가 사용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전면 도입한 것이 아니라 탐색 단계에 있는 곳도 있다. 최근 통합테스트를 마쳤다. 앞으로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一 한국에서는 왓슨 포 온콜로지 임대료가 다소 비싸다는 얘기도 있다. 왓슨 포 지노믹스 도입 비용도 비쌀 것으로 추측된다.

“의료기관 또는 전문가가 독자적으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아마 왓슨 포 지노믹스를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쌀 것이다. 우리는 전세계의 사람들이 살수 있도록 가격을 알맞게 설정해 사업 모델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가격이 문제된 적은 없었다.”

一 일각에서는 여전히 왓슨의 유용성과 그 기능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올해 ASCO에서 왓슨에 관한 5개의 논문이 발표됐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하면, 하일랜즈 온콜로지 그룹(Highlands Oncology Group)과 노바티스(Norvatis)의 공동 연구에서 왓슨 포 클리니컬 트라이얼 매칭(Watson for Clinical Trial Matching, CTM)은 임상시험 참여 대상 환자 선별에 소요되는 시간을 78% 단축했다.

16주간 진행된 파일럿 연구에서 폐암과 유방암 환자 2620명의 데이터를 CTM 시스템으로 처리했다. CTM은 자연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노바티스가 제공한 임상시험 계획서를 읽고 환자 기록 및 의사 진단서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임상시험 계획서의 선정제외 기준과 비교 평가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환자(총 대상 환자의 94%)를 자동 제외시켰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피험자 선별 시간을 1시간 50분에서 24분으로 단축했다.

인도 방갈로르의 마니팔 종합 암 센터(Manipal Comprehensive Cancer Center)의 다학제 종양 진료팀의 치료 권고안과 왓슨 포 온콜로지의 치료 권고안이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폐암의 경우 96.4%, 대장암과 직장암의 경우 각각 81.0%와 92.7%의 일치율을 나타냈으며 태국 범룽랏 국제 병원(Bumrungrad International Hospital)의 경우, 83%의 일치율을 보였다. 한국 가천대 길병원의 종양 의료진과 비교했을 때 73%의 일치율을 보였는데, 이처럼 일치율이 다르게 나온 이유는 각 지역별 차이가 가이드라인에 반영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왓슨 디스커버리 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왓슨의 딥 애널리틱스와 자연어 처리 능력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고 아직까지 연구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새로운 가설과 목표를 세울 수도 있다. IBM 과 베일러 의대(Baylor College of Medicine)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이 기술을 활용해 7만 건의 과학 논문을 분석, ‘p53’이라는 중요한 암 단백질을 수정하는 단백질들을 정확히 식별했다. 왓슨의 인지 능력 도움 없이 이런 업적을 달성하려면 여러 해가 걸렸을 것이다.”

一왓슨 포 지노믹스를 통해 환자 개인의 유전자, 의료 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유전자서열 파일을 그대로 받지 않는다. 단지 정상 세포와 종양세포의 차이점을 부각 시켜주는 이형/ 변종 관련 파일을 받게 된다. IBM은 각 나라와 해당 병원의 규정에 따라 왓슨 솔루션을 통해 이미 발견된 정보 혹은 환자의 특정 정보만을 사용할 수 있다.”

一올해 추진하는 주요 목표는.

“왓슨포지노믹스의 경우 암세포 유전적 변이에 대한 케이스들을 이해하는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1000만개 혹은 그 이상의 숫자를 달성시키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또 왓슨은 현재 이미지 분석(image analytics)에 관한 훈련을 받고 있다.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연구진은 왓슨의 인지 기술을 활용해 피부 영상을 분석해 흑색종을 조기에 정확히 발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연구 결과를 봤을 때 왓슨이 임상의들의 수동 분석에 비해 보다 정확한 이미지 분석을 제공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一 IBM이 왓슨 지노믹스를 통해 이루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왓슨은 종양과 DNA에 관한 생물학적 작용을 계속 배워나가고 있다. 인간이 이러한 방대한 모든 정보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왓슨은 10만개가 넘는 서류들을 읽고 임상적 활용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