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주가 상승 타이밍을 노리는 단기 매매 패턴에서 벗어나 장기투자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투자자와 긴 시간 호흡을 맞추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비전을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14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진행된 소통캠퍼스에 참석해 ‘이기는 투자’를 주제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소통캠퍼스는 삼성자산운용 전체 임직원이 분기에 한 번씩 한 자리에 모여 회사 현안과 목표를 공유하는 행사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그간 투자자의 투자 목적과 상관없이 수익률에만 집착한 점, 특정 국가나 자산에 치우쳐 상품을 만들고 투자를 권유한 점 등을 반성한다”며 “현재 자산운용업계는 고객 신뢰를 잃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구 대표는 “시장 참여자들의 믿음을 되찾으려면 기존 상품과 영업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장기적립식·글로벌 분산·생애주기·저비용 투자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투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구 대표는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랜덤워크 이론(random walk theory)’을 소개했다. 랜덤워크 이론은 주가가 과거 가격에 의존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 대표는 “1980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국내 유가증권 시장의 누적수익률이 1926%인데, 이중 상위 1% 수익률(4.5~11.9%)을 기록한 날을 제외하면 누적수익률은 -91.7%가 된다”며 “언제 상위 1% 수익률을 기록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투자가 시장을 이기기에 훨씬 유리한 투자방법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의 이 같은 가치관은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시장에 내놓는 상품의 성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구 대표 부임 이후 연금펀드와 글로벌분산펀드 라인업 강화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삼성 한국형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가 대표적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연금 상품이다. 현재 수탁고가 15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에는 인출식 연금펀드인 ‘삼성 한국형 RIF(Retirement Income Fund)’ 시리즈를 추가 출시했다. 또 삼성자산운용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운용하는 디멘셔널운용사와 제휴를 맺고 글로벌 23개국 2300여개 종목에 투자하는 ‘삼성 글로벌 선진국펀드’와 ‘KODEX MSCI월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구 대표는 “올해 초 운용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 2곳(삼성액티브자산운용·삼성헤지자산운용)을 분사시킨 만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며 “운용 철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