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혁명
창업 13년만에 이용자 20억명, 매출 31조원 달성
시가총액 세계 5위 미디어 제국, M&A로 미래 준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는 샌프란시스코만 동쪽 연안에 위치한 인구 11만명의 작은 도시다. 명문 대학 UC버클리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엔 고급 컵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하는 ‘컵케이킹 베이크 숍(Cupcakin’ Bake Shop)’이라는 작은 가게가 있다. 이 가게 주인인 흑인 여성 릴라 오웬스는 2007년 집에서 컵케이크를 만들어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오웬스는 미식축구팀 오클랜드 레이더스와 석유회사 셰브론, 가정용품 업체 클로락스 등 스포츠팀과 기업에 컵케이크를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오웬스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볼 수 있도록 쇼케이스에 컵케이크를 진열할 수 있는 작고 예쁜 매장을 갖는 것이었다. 그는 몇몇 사람의 도움으로 2014년 마침내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매장을 연 뒤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위치와 취향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고객에게 인쇄물이나 라디오 광고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마케팅을 펼치기에 좋은 도구다. 오웬스는 2015년 11월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주변 지역 홍보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매장 주변 8㎞ 이내에 거주하는 18~55세의 사람 중 컵케이크, 웨딩, 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추려 광고를 내보냈다. “버클리 최고의 컵케이크를 맛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찾아가는 길 보기’ 버튼을 배치해 매장에 쉽게 방문할 수 있게 했다. 또 늦은 오후에 게재한 광고가 가장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퇴근 후 귀가하는 잠재 고객에게 달콤한 디저트로 하루를 마무리하도록 유도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컵케이킹 베이크 숍’은 마케팅을 시작한 후 매장 방문자가 25% 증가했고, 웹사이트 접속량은 30% 늘었다.

‘컵케이킹 베이크 숍’의 주인 릴라 오웬스(사진 오른쪽)가 지난 3월 매장에서 컵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 인스타그램 이용자도 7억명
릴라 오웬스는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맛의 컵케이크를 만들면 전부 페이스북에 올린다"면서 "몇 달러를 페이스북에 내면 가게의 페이지를 팔로우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어 더 많은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페이스북의 광고 기반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원하는 모습이다. 그는 “우리의 미션은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소상공인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오웬스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은 19억3600만명(월간 순이용자수, 올해 1~3월 기준)에 달하는 엄청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도 12억8400만명이나 된다. 여기에 페이스북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도 7억명에 달한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광고 효과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곧 회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올해 1분기(1~3월) 페이스북이 광고로 거둔 매출액은 78억5700만달러(약 8조8300억원)나 된다.

페이스북의 이용자는 점점 빨리 늘어나고 있다. 2012년 말 이용자는 12억2800만명이었지만, 매년 1~2억명씩 늘면서 올해 3월 말엔 19억명을 돌파했다. 2013년엔 3개월마다 약 4000만명씩 이용자가 증가하던 것이 속도가 빨라져 지난해에는 약 7000만명씩 증가했다. 3개월마다 한국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신규 가입하는 것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지금 같은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6월 말 페이스북 월간 이용자수는 20억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자 증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광고에서 발생한 지난해 매출액은 276억3800만달러(약 31조800억원)로 전년보다 54% 늘었다. 영업이익은 124억2700만달러(약 14조9700억원)로 전년보다 100%, 당기순이익은 102억1700만달러(약 11조4900억원)로 177% 증가했다. 주가도 2012년 5월 상장한 후 20달러 선에 거래되다가 2013년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며 꾸준히 올라 현재 140달러 선을 기록 중이다.

페이스북은 자체적으로도 이용자를 늘리고 있지만, 고객층이 다른 소셜 미디어를 인수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했다. 소셜 미디어는 특성상 유행이 지나면 이용자가 이탈해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이 대표적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인스타그램 인수에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와츠앱은 220억달러(약 24조7400억원)를 투자했다. 두 회사를 노리는 구글과 트위터 등 경쟁 회사를 제치고 손에 넣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인스타그램은 2012년 4월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얼마 전 1000만달러를 투자 받으며 5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인수 금액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빨리 움직여야 인수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돈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 전 인스타그램의 월간 순이용자수는 1억명도 되지 않았지만, 5년 만에 7억명을 돌파하며 저커버그의 10억달러는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됐다.

2010년 출시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보다 서비스 시작이 6년 늦었다. 하지만 후발 주자가 자리잡을 수 있을 만한 중대한 사건이 이 사이에 있었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고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됐다. 사진을 찍고 확인하고 보정한 후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바로 업로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슬로건은 ‘세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공유한다’이다. 슬로건처럼 ‘글’이 아닌 ‘사진’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선 페이스북보다 더 편리하다. 인스타그램은 월간 순이용자수가 19억명을 웃도는 페이스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이용자가 7억명까지 늘었다. 월간 순이용자가 4억명에서 5억명으로 늘어나는 기간은 9개월 걸렸지만, 6억명이 될 때까지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시 1억명 증가하는 기간은 4개월로 줄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고 친구와 경험을 공유하는 SNS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용도가 분화돼 있다. 저커버그는 이달 14일 팀원들이 자신에게 준 생일 선물을 공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선 “제 팀이 생일 선물로 ‘고기 모양을 한 케이크’를 줬다. 미소가 지어진다”라고만 적었다. 이에 비해 페이스북에선 “당신들 모두와 1년을 더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한 문장을 추가했다. 그리고 팀원들 20여명과 함께 한 사진도 올렸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팀원들과도 사진을 공유했다. 페이스북을 사내에서 ‘소통의 도구’로 쓴다면, 인스타그램은 대중에게 사생활을 공개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셈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보다 사용 연령대가 낮다. 미국 퓨(Pew) 리서치 센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 접속하는 18세 이상 미국인 중 79%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인스타그램은 32%만 사용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18~29세 미국인이 이용하는 비율이 88%로 50~64세(52%)보다 16%포인트밖에 높지 않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18~29세 사용비율(59%)이 50~64세(18%)보다 41%포인트 높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보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지만, 인스타그램은 젊은층에 특화된 앱이라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해 취향이 다른 이용자를 빼앗기지 않고 ‘페이스북’이라는 회사의 테두리 안에 묶어둘 수 있었다.

2014년 2월 와츠앱을 220조원에 인수한 것은 100억달러를 제시한 구글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시밀러웹(SimilarWeb)에 따르면 와츠앱은 영국, 독일, 스페인, 러시아, 인도, 중·남미 시장을 장악한 세계 1위 모바일 메신저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에선 페이스북 메신저가 더 많이 쓰인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을 합하면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고 지배력을 높일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건물 외벽에 ‘더 해커 컴퍼니’라는 간판이 달려 있다.

◆ 페이스북 광고 매출, 구글 뒤쫓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를 모으고 광고를 붙이는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 매출액의 대부분(98%)은 광고에서 발생한다. 컵케이킹 베이크 숍의 오웬스처럼 페이스북에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수는 최근 500만명을 돌파했다. 단순히 비즈니스용 페이지를 개설한 건수는 6500만개다. 인스타그램의 비즈니스 계정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800만개에 달하고,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는 100만명 이상이다. 지난해 2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이용자의 거부감도 적은 편이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이용자의 80%가 비즈니스 계정을 팔로우한다.

리서치회사 이마케터는 페이스북의 올해 모바일광고 매출이 31억94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42.1%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페이스북의 점유율은 22.6%까지 커져 앞으로 구글(35.1%)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은 자체 제작 드라마를 이용자의 뉴스피드에서 볼 수 있도록 동영상 서비스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시청 시간이 긴 드라마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에 오래 머무르고, 페이스북에 자주 들어올수록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된다. 최근엔 인기 라이브 영상에 광고를 넣어 제작자와 수익을 분배하는 동영상 중간 광고도 도입하기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

◆ Keyword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가입한 이용자들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면서 관계를 넓힐 수 있는 플랫폼. 다른 사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각종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저커버그가 4월 27일 미국 미시간주의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픽업 트럭 F-150 조립 체험을 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4일간 11시간씩 함께하면 일터 밖에서도 가족이나 친구가 된다고 알려줬다”고 적었다.

◆ PLUS POINT
전 직원과 매주 공개 토론하고 검소한 생활
"보유주식 99% 자선사업에 쓰겠다" 밝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직원과 소통하는 리더다. 매주 금요일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모든 직원이 참석하는 타운홀(공동체의 자유토론 방식) 미팅을 진행한다. 공개적으로 질의응답을 하고, 전 세계 지사에 생중계한다.

일을 해야 할 때는 직원들을 강하게 압박한다. 2011년 구글이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 ‘구글플러스’를 내놓자 저커버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직원들을 불러모아 “구글이 전쟁을 선포했고 제로섬 게임이 시작됐다”고 말하고 ‘록다운 모드’를 선언했다. 이 모드에선 직원들이 출퇴근 없이 회사에서 숙식하며 일만 해야 한다. 60일간 록다운 모드가 지속됐고, 페이스북은 구글플러스와의 경쟁에서 이겼다. 물론 성과에 따른 보상이 뒤따랐다.

◆ 올 들어 정계 진출 소문 확산
저커버그는 기부에 적극적이다. 저커버그와 부인 프리실라 챈은 2015년 12월 딸 맥스가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라는 자선사업을 하는 유한책임회사(LCC)를 세웠다. 이들은 보유한 페이스북 주식 99%(당시 가치 약 450억달러·50조8500억원)를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부부는 작년 9월 질병 퇴치를 위한 연구에 10년간 30억달러(약 3조3900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과학자용 검색 엔진 개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기술은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쳐 전 세계 과학자에게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유한책임회사로 자선사업 법인을 설립하면 저커버그가 더 많은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고, 기부받은 돈의 5% 이상을 자선 활동에 써야 하는 것과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저커버그가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설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1월 초 페이스북에 “2017년 말까지 미국 모든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사람과 만나 그들이 살아가고 일하는 방식, 미래에 대한 생각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겠다”라는 신년 결심을 올렸다. ‘민생 탐방’이라고 볼 수 있는 행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본인이 정계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신년 계획을 통해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USA투데이는 “저커버그는 디지털 국가 지도자이며 이미 한 나라의 원수처럼 대우받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원수처럼 되고 싶어한다는 추측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8년 선거 운동을 지휘한 선거 전략가 데이비드 플루프를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영입했다. 또 이 단체에 공공정책자문위원회도 구성했는데, 위원장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 당시 캠프를 지휘한 케네스 멜먼이 맡았다.

저커버그는 유대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종교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무신론자’라고 써놓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12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하누카(유대인 명절)”라고 적어 종교를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었음을 드러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성탄절에 더 이상 무신론자가 아니라고 밝힌 것은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가 무신론자인 줄 알았던 한 네티즌이 게시물에 “당신 무신론자 아닌가?”라고 묻자 저커버그는 “아니다. 나는 유대인으로 자랐고 의문을 품는 시기를 거쳤지만 지금 나는 종교가 아주 중요하다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저커버그는 재산 560억달러(약 63조원)의 세계 5위 부자이지만 검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제나 회색 후드티를 입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엔 “육아휴직 끝내고 첫 출근! 무엇을 입어야 할까요?”라며 연회색 반팔 티셔츠 9벌과 진회색 후드티 6벌이 걸려 있는 옷장을 찍어 공개했다. 그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은 “이 공동체(페이스북)를 위한 일 외에는 결정해야 할 일의 가짓수를 줄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