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석탄화력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발표되자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부와 보조를 맞춘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과거 정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발표가 있었지만 실천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새 정부 들어서는 예산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기업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 발전공기업 신재생 에너지에 박차…한수원도 동참

올해 6월 들어 에너지 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확대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5일 남동발전은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발전비율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발전비율 20%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보다 5년 빠른 것이다. 남동발전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개발비용으로 15조 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 6조 7000억원은 자체조달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자금은 투자유치 및 금융차입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남동발전은 제주도에 ‘탐라해상풍력’ 설비를 세우며 전남 신안 등에 해상풍력단지를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달 24일 발전공기업 중 처음으로 세종시 은하수 태양광 설비에 3.8㎽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했다. 또 올해 사업비 424억원을 투자해 충남 태안과 경기 평택, 서인천, 전북 군산 발전소에 태양광과 ESS 설비를 짓는다. 한국중부발전은 전남 완도에 풍력 설비와 폐철도 시설을 활용한 태양광 설비, 연료전지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관섭 사장이 1일 고리태양광발전소 준공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대표주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도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다. 한수원은 지난 1일 '고리태양광발전소 준공식'을 열고, 5MW 규모의 설비를 지어 연간 6500MWh의 전력을 생산하기로 했다. 총 공사비는 73억원이며 이 발전소는 20년간 운영된다. 한수원은 또 연료전지, 바이오, 풍력 등 총 2GW의 용량에 달하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2023년까지 1조원을 투자한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안정적인 전력공급 및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그린에너지를 표방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신재생 에너지 예산 확대·컨트롤타워 구축

그동안 발전공기업들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 방안을 발표해 왔지만 실천은 지지부진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2012년 도입됐지만, 공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늘리는 것보다 의무량을 맞추기 위해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구매하고 바이오원료를 수입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송기헌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실시한 RPS제도가 오히려 REC시장 확대 및 바이오원료 수입으로 인한 국부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발전자회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늘리는 데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따른 재무지표 악화 등 경영평가 부담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발전개시에 들어간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그러나 이번 정부는 예산을 크게 늘리며 실천 의지를 강하게 전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매년 10조원씩 140조원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연간 재생에너지 예상 투자액 약 7조~8조원대비 20% 이상 증액된 수준이다.

신재생 에너지 컨트롤타워가 생긴다는 점도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호재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입지규제와 지역민들의 민원문제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와 함께 총괄 기구를 만들어 대처하고, 재생에너지 투자처 선정을 위한 공모사업도 이 기구가 전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확정하는 국정기획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들이라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캠프에서 에너지팀장을 맡아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약을 만들었던 김좌관 부산 카톨릭대 교수를 필두로 유은혜, 한정애 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대표적이다"며 "이들은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에 소속돼 있는데, 오랜 기간 동안 원전과 석탄발전 축소,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