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2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 대해 안전성·경제성 등 모든 사항을 검토해 건설 중단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률이 28%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전체 원전 안전성과 비용 등을 고려해 논의를 더 거쳐 최종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요 며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과 배치되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이는 원전과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기득권 세력의 방해 공작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에너지 전공 대학교수 230명이 발표한 "전문가가 배제된 채 추진되는 일방통행식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에 대한 경고였다.

脫원전 고민 -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2일 열린 합동보고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를 놓고 여권 내 목소리가 다소 엇갈리기 시작했지만 이날도 산업계는 '원전 중단' 방침을 철회하라며 반발을 이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일방적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국내 원자력 산업 및 중소기업 기자재 공급망 붕괴로 이어져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원전 중단 방침의 철회를 거듭 요청했다.

원전·석탄 발전 계획 중단 시 10조원대 손실 우려

김 위원장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 합동보고에서 "이달 말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이 나오지만 (원전 정책은) 조금 늦춰서라도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전성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했던 새 정부가 막대한 매몰 비용 등을 감안,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충남 보령시에 있는 보령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는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탈(脫)원전, 탈석탄'이라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 왔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하고 예정된 신규 원전과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할 경우 27.5GW(기가와트)의 전력 설비 용량이 줄어든다. 이는 7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2029년까지 국내에 확보하기로 한 전체 설비 용량의 20%에 달한다.

새 정부는 부족한 전력은 신재생 에너지와 LNG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설비에서 비중을 각각 당초 계획보다 2~3배나 많은 20%와 3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새 정부 공약대로 용량을 끌어올리려면 설비 설치에 필요한 부지가 887㎢로 부산시 면적(766㎢)보다도 넓어야 한다.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 LNG의 경우는 비중을 늘리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료인 LNG는 공급이 제한적이고 가격 변동성이 커 자칫 전기요금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중단하는 데 따른 매몰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에 지금까지 직접 투입된 비용은 1조5000억원. 하지만 이미 계약된 자재 비용과 해체 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실액이 최대 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착공 전인 신한울 3·4호기도 지난해 4700억원 규모 설계 용역 계약을 마쳤다. 여기에 미착공 석탄 발전소 6기에 들어간 부지 매입비와 각종 운영비는 2조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전까지 겹치면 공사 중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10조원이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대안은… 석탄으로 가든지, 전기료 급등 감수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경우 대안은 두 가지다. 먼저 일본처럼 석탄 화력 비중을 늘리는 경우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의 비중을 낮추면서 그 빈자리를 화력발전으로 채웠다. 하지만 새 정부는 원전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소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전기요금 상승을 감수하는 독일 모델이다.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독일은 205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80%까지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미 독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5년 이후 10년간 78%나 올랐다. 추가 원전 건설을 포기하면서 부족해진 전기는 프랑스·체코 등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친환경 에너지 확대는 맞는 방향이지만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에너지 계획은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전체 전력 사용량의 56%는 산업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