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새로 지어지는 공동주택의 실내공기질 측정에 1급 발암물질 라돈이 추가된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혹시라도 라돈이 검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내공기질 측정은 공동주택 준공 시점에 이뤄져 사후 조치를 하기 까다로운 데다, 시공사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지을 때는 실내공기질 측정을 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개해야 하는 유해물질은 폼알데하이드,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스티렌 등 6가지. 내년부터는 여기에 라돈까지 추가해 공개해야 한다.

라돈은 암반이나 지하수, 건축 자재에서 생성되는 무색·무미·무취의 기체다.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라돈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014 ‘라돈 석고보드’가 사용되는 곳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 실내공기질 측정에 라돈을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강원도 원주의 한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실내 공기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라돈을 생성하는 건축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발생하는 라돈을 막기 위해 시공 시 틈새가 없이 꼼꼼히 마감돼야 한다.

정부와 건설업계 모두 라돈이 위험 물질인 만큼 실내공기질 측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공감하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실내공기질 측정 방식 탓에 근심이 크다. 실내공기질 측정이 준공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준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건설 자재들이 사용됐을 텐데, 이들 자재 중에 라돈 발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찾아내기 어렵다.

준공 시점에서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려면 주택에 사용된 건설자재를 모두 뜯어 조사해야 할 수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혹시라도 라돈이 검출됐을 때 원인 물질을 조사해야 하는데, 준공 시점에 검사하면 원인을 찾기 위해 뜯어냈다 다시 지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측정 방식으로는 시공사가 건축 자재를 일일이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라돈 검출 시 시공사가 책임을 다 뒤집어쓰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교통교통부는 지난 2014년 환경부에 건축 자재 등 원재료를 사전에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내용 등을 담은 관계부처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실내공기질 기준은 권고사항이라 건설업계의 부담이 적은 데다 건축 자재가 문제가 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안 개정은 무엇보다 입주민이 라돈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건설업계가 검증된 건축 자재를 사용하고 내부 마감을 꼼꼼히 해 라돈 등 유해물질 발생량을 줄이려는 노력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