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수퍼 호황(好況)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 한 해 총 27조원, 디스플레이 분야는 15조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국내에 주요 생산시설을 두고 있기 때문에 중소 장비업체들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신규 투자·증설 붐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월부터 경기도 평택 3D(차원) 낸드플래시 신(新)공장을 가동하고 이어 연말까지 추가 증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화성 공장은 10나노(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급 초미세공정 생산라인 설비를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만 5조원대의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집행했으며 하반기에도 낸드플래시와 시스템 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근창 HMC 투자증권 센터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국내 시설투자 규모가 1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하반기 중국 시안 2공장 건설이 진행된다면 전체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경기도 이천 M14 복층형 생산라인에 클린룸(반도체 생산용 청정시설) 공사를 완료하고 생산 장비를 반입하기 시작했다. 시험 가동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낸드플래시 생산에 들어간다. 8월부터는 충북 청주에 낸드플래시 라인 증설 착공에 들어간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급증하는 스마트폰과 대형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5조5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인 경기도 파주 공장(P10)은 내년 2분기부터 대형 OLED 패널과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북 구미 공장의 중소형 OLED 라인도 추가로 증설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0조원대 시설 투자가 예상된다. 작년 연말에 가동을 중단한 충남 아산 LCD(액정표시장치) 라인을 플렉시블 OLED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최근 수요가 급증한 스마트폰용 OLED 라인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설 투자 증가로 국내 장비업계도 호황을 맞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장비 구매액만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인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부 장비 업체들은 벌써부터 2~3배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증착장비 업체인 유진테크는 최근 미국 엑시트론의 증착장비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시설 투자 확대에 인력 수요도 늘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설 투자가 급증하면서 인력 채용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우수 반도체 중견기업과 전국 각지의 공과대학 학부생과 석·박사생을 찾아가는 대학 방문 로드쇼에 나섰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직원 수는 작년 말 4만4282명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4만5162명으로 3개월 만에 880명이 증가했다. 2014년 이후 계속 줄어들었던 삼성전자의 국내 고용 인원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에서 영업·마케팅, 설계, 제품 개발 분야 경력직을 모집 중"이라며 "평택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게 되면 인력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인력 채용 규모를 크게 늘렸다. 상반기에만 400여 명을 뽑은 데 이어 하반기까지 대졸 신입·경력 채용 규모를 1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기 이천 M14 공장 2층 가동과 충북 청주 M15 공장 착공 등으로 인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요즘 같은 호황기에는 중소 장비업체들이 기술 인력을 구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