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최소 1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와 고부가 가치 화학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려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에 오르겠습니다."

김준〈사진〉 SK이노베이션 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SK 본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김 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몇몇 업체 과점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며 "202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2025년에는 30%를 확보해 글로벌 선두 업체로 올라서겠다"고 강조했다. 화학 사업은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우량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10위권에 들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중국에 제2의 SK종합화학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전통 사업 분야인 석유 정제·윤활유·석유 개발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이런 다각적 노력을 통해 SK이노베이션 기업 가치를 2018년까지 국내 '톱 5' 수준인 30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현재는 16조원이다. 김 사장은 "현재 25%인 글로벌 자산 비중을 2020년까지 50%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아프리카 초원'론을 주장했다. "이제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체력을 갖춘 만큼 힘이 있으면 단순 생존을 넘어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아프리카 초원으로 경영 전쟁터를 옮기려고 한다"는 것. 이는 전임 정철길 대표가 2015년 짧은 호황기(여름) 뒤에 긴 침체기(겨울)가 오는 정유 업종 경영 상황을 빗대 '알래스카의 여름'으로 표현한 걸 발전시킨 발언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직전 해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비(非)정유 부문 비중을 늘리고 재무 구조를 개선해 2015년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3조2286억원 영업 이익을 올렸다.

김 사장은 경동고·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7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 석유 사업 기획 담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