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7만대 이상을 팔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고 2020년 말까지 현대·기아차에 이어 국내 판매량 3위에 오를 것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경영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르노삼성 연 최대 판매 기록은 2010년 27만1479대. 박 사장은 올해 내수에서 12만대 이상, 수출 14만대 이상으로 총 27만대 이상을 팔아 2010년 기록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에 이어 국내 4위인 판매량 순위에서 한 단계 뛰어올라 3년 뒤 국내 자동차 업체 '빅3'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에 대해 상당수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쉽지 않은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달라졌다. 올 들어 4월까지 르노삼성이 거둔 실적을 보면 생각이 바뀔 법하다. 1~4월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9% 늘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해외 판매만 놓고 보면 르노삼성은 1~4월 5만3903대를 수출해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판매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존 자동차 시장의 고정관념 깨기

전문가들은 르노삼성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차별화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틈새 공격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기존 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며 SM6를 출시했다. SM6는 수입차를 타는 듯한 내·외부 디자인과 그간 동급 차량에서 볼 수 없던 고급 사양을 대거 탑재, 중형과 준대형 차급 경계를 무너뜨리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그 결과 중형차 자가용 등록 대수 기준 1위를 차지했다. SM6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7만3700여 대가 팔렸다. 지난해 9월 출시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QM6'도 기존 SUV와 다른 프리미엄 전략으로 중형 SUV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르노삼성 내수 시장 판매 성장률은 39%로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하반기 클리오·트위지 출시

르노삼성은 이르면 7월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된 형태) 모델 클리오를 선보일 예정이다. 클리오는 1990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처음 선보였으며, 1998년 2세대, 2005년 3세대, 2012년 4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6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될 클리오는 4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에 해당된다. 클리오는 지난 26년간 전 세계에서 1300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지난해에도 유럽 시장에서만 전년보다 2.8% 늘어난 31만1780대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1991년, 2006년 두 번에 걸쳐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됐고, 11년 이상 유럽 동급 판매 1위, 19년 이상 프랑스 판매 1위에 올랐다.

클리오가 해외 무대에서 검증된 모델이라고 하지만 한국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박 사장은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에서 해치백이 많이 안 팔렸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공략할 시장은 넓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필요와 1인 가구의 증가, 실용 소비 트렌드에 맞춰 클리오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고급 편의 사양, 높은 실용성으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리오 4세대 최신 모델은 감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 동급에서 느낄 수 없는 고급 인테리어와 편의 사양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높은 감성 품질과 뛰어난 실용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300L지만 2열 시트를 접으면 1146L까지 늘어나며, 세단보다 트렁크가 크게 열리는 데다 용량도 넉넉해 자전거나 소형 테이블 등 부피가 큰 물건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역시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1~2인용 전기차 '트위지'도 기존 전기차와 다른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모델이다. 배달용이나 도심 관광용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