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 1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올해 들어 비용 절감 전략으로 선회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최저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해 636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매출이 늘어나야 경쟁사를 따돌리고 현금 유동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하고 최저가 전략을 내세워 고객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위메프는 최저가 전략으로 방문자 수, 거래액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제살깎아먹기 방식이라 결국엔 회사 재무제표만 망가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위메프 화면 캡처

◆ 경쟁사들 손익 관리할 때 최저가 공세…위메프, 거래액 월 3000억 돌파

30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위메프의 거래액이 3000억원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 대비 40% 안팎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소셜커머스 사업을 모두 중단하긴 했지만 대표 소셜커머스로 분류되는 쿠팡의 월 거래액이 3000억원대 중반 정도다. 위메프의 거래액이 쿠팡의 85% 안팎까지 올라온 셈이다.

순방문자수(UV)는 이미 쿠팡과 티몬을 앞질렀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분기 위메프 UV는 1187만8828명으로 티몬(1085만명), 쿠팡(1073만명)을 모두 앞섰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위메프의 순방문자는 1093만명으로 경쟁사들보다 200만명가량 적었다.

업계에서는 위메프가 최저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위메프는 이달에만 원더배송 상품 20% 무제한 할인, 55데이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또 매월 14개의 데이 마케팅을 반복해서 실시 중이다. 매월 1일은 디지털데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가전 상품을 기획 판매하고 매월 3일은 삼시세끼데이란 이름으로 식품을 할인 판매하는 식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이후 비용을 절감하는 보수적인 전략으로 돌아섰다. 쿠팡은 지난해 말 수수료를 내야 하는 네이버 상품 검색에서 빠진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범석 대표는 지난달 중순 실적을 발표한 뒤 사내 이메일을 통해 “낭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티켓몬스터, 오픈마켓 11번가 또한 최근 손익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쿠팡은 5652억원, 티몬은 1585억원, 11번가를 서비스하는 SK플래닛은 36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플래닛은 11번가 사업부문 손실이 전체 손실의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메프를 포함한 4사를 합하면 적자 폭이 1조원을 웃돈다.

위메프는 지난 4월 브랜드 슬로건을 ‘특가대표! 위메프’로 변경하고 배우 정우성씨를 기용해 신규 광고를 선보였다. 위메프의 신규 광고는 2000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 부족할 때’ 광고를 패러디했다. 당시 화제의 대사 “가, 가란 말이야!”를 위메프의 새로운 슬로건과 결합해 “특가, 특가란 말이야!”로 위트 있게 표현했다.

◆ 자본잠식임에도 현금 유동성 증가…“제살깎아먹기” 비판도

위메프는 2010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도 적자를 내 작년 말 기준 자본잠식 규모는 1949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금 유동성은 도리어 늘고 있다. 2015년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947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에서 지난해말 1629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대해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이 36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넘게 늘어 판매대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메프를 비롯한 소셜커머스는 상품을 판매한 후 판매대금을 최대 40일 내에만 지급하면 되는 구조다.

이승진 위메프 이사는 “위메프는 경쟁사에 비해 매출이 더 커질 여력이 충분하다”면서 “당장은 투자 유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 낭비 없는 성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한 대기업 온라인몰 영업 담당 임원은 “과거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다 무너진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쟁사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상대적으로 고객 충성도가 낮아 손익 관리에 나서는 즉시 위메프 또한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제살깎아먹기 전략인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