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부산신항 3터미널 운영사 한진해운신항만(HJNC)이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2M(머스크, MSC)과 손을 잡으면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HJNC는 한진해운이 신항에서 모항(母港)으로 이용하던 신항 3터미널의 운영사로 한진그룹 물류계열사 ㈜한진이 최대주주다.

24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HJNC가 지난 4월 처리한 컨테이너 화물은 25만571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동기 대비 32.46% 늘었다. 부산항 전체 처리 물량은 176만6571TEU로 전년 동기 대비 11.47% 증가했다. HJNC의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HJNC 물동량은 세계 1‧2위 선사 머스크, MSC가 기항을 시작한 4월 1일 이후 크게 늘었다. HJNC가 올해 1~3월 처리한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57% 급감한 23만3994TEU에 그쳐 4월 한 달 물동량보다 적었다. 특히 4월 환적 물량은 16만7967TEU로 전년 동기 대비 70.66% 늘었다. 이는 부산 전체 12개 항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4월 환적 물량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193%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부산신항 3터미널 한진해운신항만(HJNC) 전경

과거 한진해운과 소속 얼라이언스 ‘CKYHE'가 전체 물량 중 50% 이상을 차지했던 신항 3터미널은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HJNC 연간 영업이익은 2015년 536억원에서 2016년 10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신항 다른 터미널에 선박 2~3척이 동시에 접안해 작업하는 동안 HJNC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HJNC가 물동량을 크게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M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2터미널을 이용하던 2M은 4월 1일 얼라이언스 재편을 앞두고 3터미널로 자리를 옮겼다. HJNC는 2터미널보다 낮은 하역요율을 제시하면서 2M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M은 2터미널보다 규모가 작은 3터미널에서 모든 물량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어 1터미널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HJNC의 수출입화물 하역요율은 1TEU당 6만8000원, 환적화물 하역요율은 1TEU당 8만원 수준으로 신항 전체 터미널 중에서 가장 낮다. 2터미널과 비교하면 수출입화물은 1TEU당 1만1870원, 환적화물은 1TEU당 4660원이 싸다.

한진 관계자는 “HJNC 대주주인 한진이 종합물류기업인 만큼 육상 운송을 활용한 원스톱 물류서비스 제공과 신항 배후단지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2M이 3터미널과 손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부산신항 5개 터미널의 2017년 4월 물동량 자료(단위는 TEU)

2M의 행보에 신항 터미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3터미널과 함께 2M을 유치한 1터미널의 4월 물동량은 24만5274TEU로 전년 동기 대비 33.93% 증가했다. 반면 2M이 떠난 2터미널의 물동량은 31만7005TEU로 전년 동기 대비 15.88% 감소했다.

HJNC는 올해 월 평균 물동량 처리량이 전년보다 8% 늘어난 22만4000TEU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보다 더 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한진은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보유하고 있는 HJNC의 나머지 지분 ‘50%-1’주에 대한 인수 작업도 6월초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현재 서류 작성 등 행정적 절차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진은 3터미널 지분 인수를 위해 신항 1터미널 운영사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 지분 40%를 매각해 1150억원을 마련했고, 추가로 필요한 2500억원은 부산항만공사와 글로벌해양펀드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해양펀드는 정부가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든 펀드다.